[사설] (10일자) 걱정이 태산같은 정기국회

제198회 정기국회가 여야 대립으로 의사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한채 10일개회된다. 새로운 회기가 시작될 때마다 이번엔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지 하는 국민의 기대를 번번이 외면해온 국회지만 우리는 또한번 이번 정기국회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서나마 한가닥 경제활로와 민생안정 대책이 찾아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현재 여당이 마련해놓은 의사일정을 보면 이번 정기국회는 20일간의 국정감사와 각각 1개월간의 경제청문회 및 예산심의에다 수백건에 이르는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등 강행군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산적한 사안들을 밀도있게 심의 처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국회는 어느때보다 부담이 크며 그만큼 효율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번 정기국회는 국정감사는 물론 경제난의 원인을 규명할 경제청문회와 정치권 사정, 정치개혁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여야간 입장차이가 워낙 커 사안마다 격돌이 예상돼 국회운영이 자칫 파행으로 치닫지 않을까 걱정이다. 특히 야당인 한나라당은 "표적사정" 등을 이유로 국회보이콧 의사까지 밝히고 있어 초반부터 국회공전이 우려되는 형국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올들어 내내 지탄의 대상이 돼온 "식물국회"가 재연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제발 이번만은 국회가 권력의 시녀나 특정정당의 하수인 노릇에서 벗어나 여야 가릴것 없이 경제난 극복과 민생정치 구현에 모든 역량을 결집해주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정치,수렁에 빠진 경제, 고삐 풀린 사회기강, 허술한 안보태세를 바로잡기 위한 효과적인 대안들을 제시해 장기 불황에 지친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이번 국회는 대부분 민생과 직결되는 2백71건의 정부제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법안 처리는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인 12월2일 이후에나 시작하는 것으로 잠정일정이 잡혀 있어 폐회일(12월18일)에 임박해서야 졸속 처리되거나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내년도 예산안도 재정적자폭을 둘러싸고 여야가 맞서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예산국회에서만은 해마다 되풀이 돼온 야당의 예산안 인질극이나 여당의 날치기 처리 등 신물나는 추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여야 모두 자제심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다른 사안과는 달리 여야가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치개혁에는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만큼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못된 버릇만이라도 이번 기회에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 미증유의 경제위기 속에서 열리는 이번 정기국회는 여대야소를 이룬 여당의 아량과 분별력있는 야당의 협조가 어우러져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치"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생산적인 새 국회상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