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일자) 기아 재입찰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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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가 재입찰에서는 새 주인을 찾게 될까. 낙찰자만나오면 기아문제는 해결되는가. 오는 21일까지 재입찰 참가신청을 받기로한 산은 등 채권은행단의 결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정부와 채권은행단이 여러가지로 복잡하고 미묘한 기아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나 있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 우선 국민들의 정서를 생각이나 하고 이 문제를 다루는지 조차 의아스럽다.부채탕감 등 금융지원을 실제이상으로 과장하는 것은 그 누구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특혜도 주지않으면서 특혜시비를 유발, 인수업체는 물론이고 정부에도 부담이 되게 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보면 그렇다. "기아 및 아시아의 총상환대상채권 11조8천5백80억원중 66.3%인 7조8천5백90억원을 감면, 3조9천9백90억원만 상환하도록 하겠다"는 부채상환조건은 한마디로 코미디다. 우선 부채액수가 허구다. 법정관리절차에 따라 법원에 신고된 부채는 채권단이 밝힌대로 11조8천억원이지만, 안건회계법인 실사에 따르면 12조8천억원, 인수희망업체들이 조사한 미지급물품대 등을 포함한 숫자는 16조원대다. 3조9천9백90억원만 상환하면 된다는 얘기도 역시 허구다. 부채를 11조8천억원으로 치더라도 부채원금을 까주는 것은 2조9천억원뿐이므로 8조9천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다만 8조9천억원에 대해서는 법정관리에 따른 저금리가 적용될 뿐이다. 기아.아시아의 작년중 매출액은 재무제표상 7조5천억원이다. 할부금융을 끌어쓰기 위한 가공매출이 4천억원선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재무제표상 숫자를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매출액보다 빚(안건회계법인 숫자기준)이 80%나 더 많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산(7조7천억원)을 초과하는 부채액이 5조1천억원이나 된다. 우리는 재입찰이 또 유찰돼도 큰 일이지만 설사 낙찰자가 나온다하더라도 그것으로 문제가 일단락된다고 보지 않는다. 빚더미위에서 과연 기아가 정상화 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은 오히려 다음 다음 문제다. 부채구조 등으로 보면 이번 역시 팔리기도 쉽지 않지만, 복잡한 업계사정으로 낙찰자가 나온다하더라도 채권은행단이 밝힌 것 보다 부채가 엄청나게 많은 것이 확인되면 또다른 문제가 빚어질 수밖에 없다. 밝혔던 것과는 별개로 빚을 더 탕감해줘야 할 것은 당연하고, 그렇게되면 이번 입찰 그 자체가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여러차례 자동차산업합리화차원에서 기아문제를 다뤄야한다고주장한바 있다. 그런 시각에서 기아의 새 주인을 찾아야하고, 인수조건은 자산 부채를 실사한뒤 자산초과부채를 전액 탕감하는 선에서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다. 재입찰이 유찰될 경우 이른바 빅딜로 처리하자는 재계구상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