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일자) 한국형 원전시대의 개막

최초의 한국표준형 원전인 울진3호기의 준공은 원전기술의 자립과 발전설비의 수출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의 원자력 발전 역사는 20년이나 되고 가동중인 원전설비만도 13기를 헤아리지만 이는 모두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으로 부터 일괄, 또는 분할수주 방식으로 구입한 것이다. 그러나 울진3호기는 설계와 건설은 물론, 원자로와 터빈 발전기 등 핵심설비의 제작에 이르기 까지 모두 국내업체들이 담당했다는 점에서 한국표준형원자로의 "정체성"에 대한 시비를 종식시키고 우리 원전기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울진3호기의 준공으로 국내의 원전기술 자립도는 95%에 이르게 됐다고 하니 지난 84년 원전기술 자립촉진 장기계획이 수립된 이후 실로 14년만에 거둔 결실인 셈이다. 울진3호기에 이어 울진4, 5, 6호기와 영광5, 6호기 등도 한국표준형으로 건설되고 한반도에너지기구(KEDO)가 북한에 건설중인 원전도 한국표준형을 채택함으로써 한국은 원전기술의 자립을 이룩한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가 된 것이다. 한국표준형 원전 시대의 개막은 기술자립 뿐만 아니라 원전기술의 수출기반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울진3호기 하나로 당장 연간 2억달러에 이르는 수입대체효과를 얻게된 것도 과소평가할 수 없지만 앞으로 개도국이 발주하는 원전 프로젝트 경쟁에서 원전 선진국들과 당당히 겨룰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아 더 큰 소득이라고 할 것이다.최근 국내 원전시장이 개방되면서 우리 업체들의 해외진출도 국내시장 방어 못지않은 과제가 되고 있는 터여서 더욱 그렇다. 관련업체들은 원전기술의 자립에만 만족하지 말고 축적된 기술기반을 토대로수출경쟁력 확보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특히 잠재력이 큰 동남아지역의 발전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경쟁력 확보와 한국형에 대한 신뢰 구축은 필수적이다. 이번 한국표준형 원전의 준공을 계기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달라져야 한다. 원자력 발전은 현재 실용화된 에너지원 가운데 가장 경제적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 에너지자원이 빈약한 나라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대체 에너지원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알고보면 원자력 발전만큼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원이 없다. 환경을 중시하는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등 유럽국가들의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것만 봐도 알수 있는 일이다. 이번 울진3호기의 준공으로 국내 전력생산의 원자력 의존비율은 40%를 웃돌게 됐다. 경제난이 장기화될 경우 원전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이같은 추세에 부응하려면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수준도 한 차원 높아지지 않으면 안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