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살리려면 '새주인' 수용해야..'신호제지 경영권 박탈'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기업중 대주주의 경영권이 박탈된 첫 케이스가된 신호제지는 앞으로 진행될 상당수 워크아웃기업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출자전환을 포함한 부채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으면 회생하기 어려운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신호케이스의 워크아웃 수순은 감자(자본금줄임) 대출출자전환 대주주변경 은행관리 은행지분 시장매각 새 경영주체형성 등이다. 이같은 절차는 주주와 채권자의 손실분담원칙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다. 신호제지의 경우 1천6백51억원인 자본금을 2백억원수준으로 줄이고 대출금 8백억원을 출자로 전환해 준다. 워크아웃이 성공해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채권단은 "대출원금+이자"를 "주식매도금+배당" 이상으로 회수할 수 있다. 기존 주주들도 주식값이 올라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채권단과 주주는 당장 큰 위험(리스크)과 잠재손실을 떠안게 된다. 16일 현재 워크아웃대상 기업은 56개. 여기에는 6~64대그룹중 4분의 1이 넘는 14개그룹의 핵심계열사가 포함돼 있다. 이중 최소한 절반이상은 이자감면 상환일정재조정뿐 아니라 출자전환까지 이뤄져야 회생이 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마무리되면 재계판도 자체에 본질적인 변화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채권단-주주간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 워크아웃 진행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호케이스는 이순국 회장의 특이한 경영관으로 쉽게 기업과 채권단간 절충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평소 자신을 전문경영인으로 생각했던 이 회장은 다른 창업세대나 2~3세 오너경영인과는 달리 경영권보다 기업을 살리는데 더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다. 채권단간 이해상충도 걸림돌.특히 담보가 있는 채권자와 그렇지 않은 채권자간의 출자비율 등 이견을 조율하는 것에 워크아웃 전체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은행이 속속 워크아웃기업의 대주주로 등장할 경우 재계에는 경영권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경영을 외부전문가그룹에 위탁하는 방식이나 스톡옵션(주식을 받을권리)을 주는 것과 같은 새로운 성과급지급시스템도 도입될 전망이다. 한마디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이와함께 출자전환주식을 매매하는 시장도 형성될 수 있다. 워크아웃기업 주식을 전문적으로 매입하는 외국의 투자은행이나 뮤추얼펀드처럼 국내에도 고위험 주식을 취급하는 투자기관이 등장할 전망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