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 퀀텀펀드회장 '미의회 증언'] 채권국도 책임을

국제 금융계의 큰 손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붕괴를 막기위해서는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금융감독기구를 창설하는 한편 채권은행단도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적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로스 회장은 15일 미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이같이 증언하고 월스트리트저널에 특별기고했다. 그의 의회증언 내용을 정리한다. ----------------------------------------------------------------------- 그동안 세계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해온 국제 자본주의 시스템이 붕괴위기에처해 있다. 최근 미 주가 하락은 더 큰 재앙을 알리는 전조이다. 이미 아시아 증시는 지난 29년 세계 대공황때 보다 더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30년동안 쌓아올린 부를 하루아침에 날려버렸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 경제대국인 일본은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10년째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러시아는 금융시장의 초토화 직전에 몰려 있다. 이처럼 금융위기상황이 미국 밖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마냥 안심해서는 안된다. 미국도 엄연히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한 일원이기 때문에 그 위기는 언제든미국을 강타할 수 있다. 동남아 위기가 러시아나 중남미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처 방법은 간단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를 인하해 이미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자본주의체제 붕괴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붕괴 징후는 세가지 측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첫째, 러시아 사태에서 보듯 국제금융시스템은 이미 치명적인 결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러시아 금융기관들은 투명성이 결여된 불법 거래를 일삼아 왔다. 게다가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감독기구도 없었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대부분 아시아 금융위기국들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금융위기의 고통이 너무나 커 일부 국가들이 자본주의체제의 탈퇴를 선언하고 있다는 것도 자본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은 상황이 악화돼 불가피하게 자본시장의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가 의도적으로 외환규제조치를 취했다. 이는 외국인투자자들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같은 금융위기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제금융기구의 무능이 지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가 있긴 하지만 실효성에는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 선진7개국(G7)도 러시아사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아시아 위기가 심화되면서 더욱 취약성이 드러났다. 따라서 국제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각국의 금융감독기관을감독할 국제금융감독기구를 창설해야 한다. 이미 올해초에 새로운 감독기구의 창설을 제안했으며 비로소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와 별도로 금융 당국들이 국내금융시장의 붕괴를 막기위한 기능을 하고 있으나 국제금융계에는 그 역할을 책임질 금융당국이존재하지 않고 있다. IMF는 특정국가에 구제금융을 제공할때 채무국뿐 아니라 이 국가에 투자한채권국에 대해서도 벌칙을 부과해야 한다고 믿는다. IMF는 한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구제금융 수혜국가에 대해 엄격한 조건을강요한 반면 채권국에는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다. 부적절한 투자를 한 채권국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경우 금융위기에 봉착한 나라에 대한 투자를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IMF가 지난주 채권국에 대해 일정한 조건을 부과하고 우크라이나에 22억달러를 제공한 것은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미 의회는 국제금융위기의 확산을 막기위해 IMF에 대한 자금증액을 신속히승인해야 할 것이다. IMF가 비록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IMF자금고갈은 더 큰 위기를 불러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