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재의 돈과 법률] (74) '인감증명과 대리인'

경기도에 사는 김씨는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 좀 억울한 일을 당해서 편지를 보내왔다고 합니다. 김씨는 자신의 땅에 건물을 건축하기 위해서 건축허가를 받고 공사를 시작했지만, 중간에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아내 앞으로 건축허가 명의를 변경할 수 있도록 수속에 필요한 위임장을 써 주었습니다. 하지만 김씨의 아내는 칠천만원을 받고는 이 위임장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에게 모든 권리를 넘겨주기로 했고 김씨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군청에 찾아가서 절대 김씨 본인의 승락이 없이는 건축허가의 명의를 변경해주지 말 것을 요청해 놓았습니다. 그러자 김씨 아내에게 칠천만원을 주고 10억짜리 건축물을 인수하려고 했던 사람이 김씨를 상대로 재판을 걸어왔고 그 재판에서 김씨는 지고 말았습니다. 김씨는 상식이 부족해서 아내가 써 달라는 내용으로 위임장을 써주고 인감증명까지 같이 주었지만 실제로 아내가 건축허가를 다름 사람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이 건물을 인수하려고 한 사람이 김씨에게 거래 사실을 확인한 적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재판에서 자기가 진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편지를 보내온 겁니다. 위임장이라는 건, 자기 대신에 다른 사람을 지정해서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대신에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기 위해서 작성하는 문서를 말합니다. 이렇게 위임장을 작성하게 되면 위임장에 의해서 대리인으로 지명된 사람이 한 행위는 본인이 한 행위인 것으로 간주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위임장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서류라고 할 수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위임장을 써 줄 경우에는 아주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겁니다. 김씨는 아내에게 건축허가상의 명의변경을 할수 있도록 위임장을 작성해주었다고 하지만 아마 위임장의 내용만 봐서는 아내에게 준 권리가 포괄적이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런 경우에 김씨가 나중에 위임장을 회수하지 않은 이상, 이 위임장을 믿고 거래한 사람은 김씨 부인이 건축중인 모든 건물에 대한 모든 처분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위임장을 믿고 거래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김씨에게 김씨 아내가 한 모든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우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김씨 아내가 실제로는 대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위임장때문에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상대방이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해서 잘못 위임장을 작성해 준 김씨가 불리한 대우를 받게 됩니다. 이런 법률관계를 법률용어로는 표현대리라고 하는데 김씨로서는 억울하다고 느끼겠지만 자신이 위임장을 잘못 써 준 데서 생긴 일이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겠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