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 지금...] 직산/백석단지 "잘나갑니다"..IMF '무색'

천안시 직산면 천안~평택간 국도변의 직산농공단지. 최근 대부분의 농공단지에서 입주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단지 가동률도덩달아 떨어지고 있지만 이곳 직산단지는 예외다. 공단 초입에 세워진 배치도가 깔끔하고 17개 입주업체가 빼곡히 기록돼 있다. 직원모집 벽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 한눈에 "정상 조업중"임을 느낄수 있다. 49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인근 백석동의 백석농공단지도 못지 않다. 트럭들이 분주히 들락거리고 한밤중에도 공장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지금이 IMF 불황기인지 착각케 할 정도다. 두 단지의 가동률은 모두 85% 이상. 다른 농공단지들이 겨우 50%선에 머무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직산농공단지에서 간장 고추장 등 장류를 생산하는 신송식품의 경우, 재고도전혀 없이 1백%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구인광고를 낼 정도니 감원이 있었을리 없다. 월 평균 매출액이 전년 대비 20% 이상 신장됐고 수출도 10% 이상 늘어 월 10여만 달러에 이른다. 오리털 가공업체인 태평양물산도 지난 4월 임금을 9% 인상했다. 세탁 분류 혼합 등 각 공정별 내부결산을 하고 이익이 나면 직원에 돌려준다 임병규 이사는 "오리털에 함유된 철분을 완벽하게 제거하고 냄새를 없애는 기술개발에 성공해 주문물량이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오드와 인닥터용 리드핀을 생산하는 영화기공이나 반도체 금형 업체인 마이크로미니텍도 완전 가동에 들어간지 오래다. 영화기공의 경우 최근 10명을 신규채용했고 마이크로미니텍은 주문량이 20% 늘었다. 백석농공단지 입주업체인 광원전자는 올해 신규아이템으로 내놓은 무선호출기를 다음달부터 미국에 수출한다. 매월 15억원 규모. 80%선에 머물던 가동률이 7월부터는 1백%로 올라섰고 직원 30명을 더 늘렸다. 전선 보호시설인 케이블트러프를 생산하는 더코산업도 밤을 잊었다. 한국고속철도공단에 납품할 내년도 물량 12만여개를 이미 주문받아 "즐거운 비명"이다. 이밖의 기업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농공단지에 비해 훨씬 덜 "추위"를 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직산.백석농공단지가 이처럼 순항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일차적으로는 입지여건이 좋다는 점에 있다. 대기업이 입주해 있는 천안 1,2,3 공단이 바로 이웃이다. 따라서 인력공급이나 판로개척 물류운송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또 단지가 시내에 도심에 위치해 있다보니 지가상승에 따른 보증여력이 높다는 점도 작용했다. 분양 초기 평당 5만5천원하던 땅값이 현재는 50~60만원대로 올랐다. 그만큼 금융기관의 자금을 쓰기가 쉬웠다는 얘기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부단한 연구개발 투자와 마케팅 강화에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백석단지 관리사무소의 이종준 소장은 "땅값이 오르면서 업체 담보능력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이를 어디에 활용했느냐는 점"이라며 "입주업체들의 상당수는 대부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영화기공은 연간 매출액의 7%를 연구개발에 쏟았고 광원전자 역시 불경기속에도 신규투자를 아끼지 않아 미국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또 신송식품 같은 경우 지역에 따른 소비자들의 미세한 기호 차이도 놓치지 않았다. 예컨대 호남지역은 희게 만들고 영남과 수도권은 노랗게 만드는 등 된장의 색과 농도에 차이를 뒀다. 또 바닷가는 되게하고 내륙은 묽게 했다. 김창민 상무는 "소비자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는 아무리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결국 입지여건이라는 주어진 조건만 아니라 최고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이 덧붙여져 IMF시대에도 굴하지 않는 우량업체, 우량농공단지가 만들어졌다는 결론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