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IMF 신경영] '연구원도 세일즈 나섰다'..동양물산
입력
수정
동양물산 중앙기술연구소(소장 남상일) 연구원들은 다른 기업 부설연구소 연구원들과는 다르다. 기술영업맨으로도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동양물산의 연구원들도 과거엔 연구만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제품 카달로그까지 만들고 있다. 올해중 시장에 선보일 4~5개 신기술의 사업화를 연구소가 맡기로 최근 본사측과 합의한데 따른 것. 첨단 영상분석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과실 선별 시스템과 미생물을 이용해 대기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바이오필터 등의 사업화 임무가 연구원들에게 주어졌다. 첫 결실로 과실 선별 시스템이 이달중 모 과실 선별장에 팔릴 전망이다. 종전에는 연구소에서 기술을 개발하면 곧바로 사업부서로 설계도면 등 기술자료가 넘어갔다. 동시에 연구원들은 손을 뗐었다. 연구소측이 사업화를 책임지는 기간은 초기 단계인 2년 정도다. 이 기간중 연구원들은 자신들이 만든 기술을 세일즈하는 일도 해야 한다. 예전보다 2배의 공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남상일 소장은 "기술을 꿰뚫고 있는 연구원들이 때로는 영업을 더 잘할 수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요자가 전문가 집단으로 특화된 기술의 경우 전문가들끼리의 인맥을통해 손쉽게 판로를 확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보다 체계적인 사업화를 위해 벤처기업 창업까지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생산은 본사 공장이나 외주업체에 맡기는 방안이 적극 고려되고 있다. 남 소장은 "연구원을 산업현장에 전진배치 하기로 한 것은 연구는 연구소,사업화는 본사 사업부가 맡는 종전 체제보다 사업화 진행속도가 빠른데다 연구소의 수익원 개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원 입장에서도 사업화의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는 연구개발시 항상 실용화를 염두해 두도록 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는효과를 가져 온다는게 연구소측의 설명이다. 남 소장은 "일부 연구원들이 왜 사업까지 해야 하느냐고 반발하기도 했지만지금은 직접 사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긍지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양물산의 사례는 IMF 관리체제에서 기업 부설연구소에도 철저한 생존 논리가 적용되기 시작 했음을 보여준다. 연구만 하는게 아니라 연구의 결과가 돈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스스로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