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피오리나

76년 스탠퍼드대 졸업(역사&철학), 80년 메릴랜드대 MBA, 89년 MIT대 MBA. 80년 AT&T 입사, 루슨트 테크놀로지 개인통신부문 대표를 거쳐 현재 글로벌서비스 부문 사장. 포천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기업인 50인"중 1위에 오른 칼리 피오리나(44)의 이력이다. 루슨트 테크놀로지는 AT&T 계열사로 연간 외형이 1백90억달러다. 8월엔 재미교포 김종훈씨의 유리시스템스를 10억달러에 샀다. 글로벌서비스부문은 루슨트 수익의 60%를 차지한다. 피오리나는 켈로그와 필립스 사외이사도 맡고 있다. 루슨트에서는 인사담당 임원 패트리샤 러소도 포함됐다. 포천은 선정 근거로 회사내 실질적 위치와 업체의 지명도 등을 들었다. 2위는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완구업체 마텔사 CEO 질 배러드(47), 전력회사 엔론 부사장 레베카 마크(43), 화이자 사장 카렌 케이튼(49), 파라마운트픽처스 회장 세리 렌싱(54) 등은 96년에 이어 다시 뽑혔다. 이들은 여성기업인으로 성공하려면 "여성의 장점을 활용하되 경력이나 계획에 집착하지 말고 비판을 이겨내며 부정적 생각을 버리라"고 말한다. 일단 구할 수 있는 직장에 들어간 뒤 비난에 너무 주눅들 것 없이 꾸준한 자기계발로 편견과 질시를 극복하라는 조언이다. 30대초반에 국내 대기업의 상무가 됐던 이은정씨는 자전에세이에서 미국에서의 직장생활 실패원인으로 강한 자기주장과 울고 불평했던 일을 꼽았다. 직장여성에게 감상적인 태도는 금물이다. 책임감 없이 권리만 주장하는 태도로는 어디서도 살아남기 어렵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의사 폴 브로카는 여성이 선천적으로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것을 입증하려 뇌무게 측정에 열을 올렸다. 뇌무게가 IQ와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오늘날에도 여성의 능력을 폄하하려는 무리는 많다. 그러나 여성의 발전을 가로막는 진짜 요인은 여건을 핑계삼아 적당히 안주하려는 태도다. 영국의 박물학자 알프레드 월리스는 "미개함이란 능력 자체가 결여돼서가 아니라 주어진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데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