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재의 돈과 법률] (78) '권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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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 권리금이라는 건 세를 얻으려고 하는 장소가 위치가 좋다던가 아니면 시설이 잘 되었다는 이유로 이 시설을 함께 인수할 경우에, 그 자리에서 전에 영업을 하던 사람에게 주는 돈을 가리키는 겁니다. 이 권리금은 가게의 주인과는 무관하게 전에 영업을 하던 사람에게 준 돈이기 때문에, 나중에 가게에 대한 임대차계약이 끝나더라도, 집주인으로부터 이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는 없는 것이 원칙이고, 새로 그 자리에 들어오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부산에 사는 이씨는 아파트 상가건물에서 문구점을 하고 있는데, 3년전 가게를 시작하며 집주인과 직접 계약을 체결했는데, 집주인은 보증금외에 권리금과 물품대로 약 1천4백만원의 돈을 받아갔습니다. 최근 집주인은 이 가게를 팔겠다고 내놓았는데, 이씨는 이런 경우에 자기가 낸 권리금을 집주인으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 합니다. 이씨는 가게 주인으로부터 가게를 빌리면서 그 가게에 있던 물품값과 권리금을 별도로 낸 경운데, 이렇게 가게 주인에게 직접 권리금을 주고 가게를 빌린 경우에는 앞에서 말씀드린 일반적인 경우와는 사정이 다릅니다. 전에 그 자리에서 영업을 하던 사람에게 권리금을 주고 가게를 얻은 경우에는 가게 주인에게 권리금을 돌려 달라고 할 수 없지만, 이씨처럼 가게 주인에게 직접 권리금을 준 경우에 가게 주인이 가게를 팔아서 장사를 계속할 수 없다면, 가게 주인에게 권리금중 일부는 돌려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씨의 경우에, 전세계약서에 권리금이 얼마고, 물품값이 얼마인지를 구별해서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이씨가 가게 주인에게 준 1천4백50만원중에 권리금이 정확하게 얼마인지를 증명하기가 곤란합니다. 이씨가 가게 주인과 계약을 체결할 때에, 1천4백50만원중 권리금이 얼마인지를 확인해 줄 수 있는 증인이 있거나 아니면 가게 주인이 권리금이 얼마였다고 스스로 인정해 주지 않는 한, 이씨가 가게 주인을 상대로 권리금을 돌려달라는 재판을 하더라도, 당초에 권리금으로 낸 9백50만원을 전부 돌려받는 것은 쉽지 않겠습니다. 이씨 입장에서는 일단 가게 주인에게 권리금으로 9백50만원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주인이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가게를 팔게되서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 권리금 9백50만원을 돌려달라는 내용으로 내용증명우편을 가게 주인에게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씨의 편지를 받은 가게 주인이 여기에 대해서 인정하는지를 본 후에, 만일 가게 주인이 권리금을 반환해 주지 않으면 이씨가 보낸 내용증명우편과 가게 주인의 답장, 그리고 다른 증인을 확보해서 재판을 한다면 권리금 전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부는 돌려받을 수 있을 겁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