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은행 거듭나기 정말 힘드네

시중은행 합병과정에서 잡음이 새나오고 있다. 합병주총이 가까워지자 은행은 주식을 들고 기관투자가들에게 합병에 찬성해달라는 유.무형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기관마저 반대한다면 합병 자체가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는 은행의 입장은 이해가 간다. 실제로 매수청구가격이 싯가보다 50%나 높아 외국인과 개인투자자 대부분이 합병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과 개인이 보유한 지분율이 70%를 넘는다. 그런만큼 증권 보험 투신 등 제2금융권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일이다. 그렇다면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털어내고, 수익을 창출해 주가를 올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협조를 구하는게 주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다. 협조를 안할 경우 주식거래를 끊겠다, 콜거래를 중단하겠다, 계열사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 유.무형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아예 백지위임장을 써달라는 요청까지 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여의치 않으면 정부를 동원해 혼내주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다. 제2금융권 입장에서 보면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본 터에 권리행사마저 봉쇄당했으니 이중으로 뺨을 맞은 격이다. 은행간 합병은 덩치만 키우는게 목적이 아니다. 묵은 때를 벗겨내고 거듭나자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 그런데도 은행권이 협조를 구하는 방법을 보면 "거듭나기란 정말 힘들겠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