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자) 농업문제에도 경제논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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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로 드러난 농어촌구조개선사업비리는 문제가 한둘이 아닌 것으로 인식돼온 이 사업의 실체를 보다 분명히 알 수 있게 하는 것이고, 동시에 농업정책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은 지난 92년부터 2004년까지 모두 57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에 따라 작년말까지 31조7천억원이 나갔고 올해말까지는 42조원이 지원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로 농산물시장개방이 기정사실화함에 따라 그렇지않아도 취약한 농업생산기반 마저 붕괴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에 나온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의 취지는 옳았다. 그러나 당초부터 이 사업에 대해서는 과연 경제성이 있을지, 재정 투.융자가 목적대로 사용되도록 관리할 행정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없지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 농업인구는 11%를 약간 웃돌고 국내총생산(GDP)중 농림어업의 비중은 6%에 다소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60년대초반만해도 농업과 농업인구의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농촌과 농업에 대해서는 경제논리에 앞서 가능한한 지원해야한다는 주장이 항상 우세한 것도 그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농어촌구조조정사업의 비리가 이번 검찰수사로 드러난 것이 대부분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훨씬 더 많은 정부보조금이 당초 지원명목과는달리 술집 식당 등의 건축비로 흘러들어 갔을 것으로 본다. 그렇게 유용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문제다. 그러나 그렇게 유용되지 않고 당초 지원조건대로 농업부문에 투자됐다면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지도 아울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양축농가가 하나같이 파산직전의 상황에 몰린 까닭이 무엇인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낮은 금리로 투자를 부추기는 것이 반드시 농가소득을 늘리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의 비리는 따지고보면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 과잉투자계획의 필연적 결과라고 보는 것이 옳다. 농촌과 농업에 대한 감상적인 발상,돈만 대주면 농업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정책당국의 발상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고 봐도 크게 잘못이 아니라고 본다. 10여명의 농부가 1억원규모의 비닐하우스를 운영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자 관계당국이 규모를 늘리라고 강요, 재정투융자 등 1백억원을 쏟아붓게해 결국 관리능력부재로 파산시킨 경남 밀양 산내영농조합의 사례는 반드시 그뿐일까. 여러 곳에서 드러난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의 비리는 농업정책의 기본방향을 재정검해야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무엇보다도 경제논리가 존중돼야 한다.새해 예산에 반영된 농어가부채 상환유예를 위한 지원(1조6천억원규모) 등도반드시 바람직한 것인지, 엄청나게 많은 농업관련 지원조직은 과연 필요한지,정말 생각해봐야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