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신약개발 성공 뒷얘기 : 한미약품 '메디'

이관순 1994년 7월 한국과학기술원 유욱준 교수가 그 당시만 해도 생소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연구프로젝트를 제안해왔다. 한국산 흑염소의 젖에서 고가의약품인 백혈구 생성인자(G-CSF)를 대량 생산할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는데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유 교수는 "형질전환동물은 고가 생물의약품 생산공장"이라는 등식을 설득력있게 설명했고 우리회사는 이에 동의, 나흘만에 공동연구를 추진키로 했다. 연구 초기에는 물론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연구팀을 구성하는 것부터가 고민거리였다. 유 교수가 총괄해 유전자조작 및 유선 특성발현 프로모터(유전자발현 촉진자)개발을 맡고 생명공학연구소 이경광 박사팀이 수정란에 유전자를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키로 했으며 충남대 신상태 교수는 수정란 채취 및 유전자가 주입된 수정란의 이식수술을 담당키로 했다. 한미약품은 초기의 유전자클로닝(clonning)과 제품화부문에 필요한 연구를 맡기로 해 모든 과제의 구성을 끝마칠수 있었다. 초기 2년동안은 유전자 조작및 프로모터 개발에 집중적인 연구가 이뤄졌다. 프로모터로는 우유의 치즈단백질로 불리는 "베타 카제인"프로모터를 설정했다. 이는 G-CSF유전자를 도입해 형질전환시키면 흑염소 유선에서 치즈단백질이 생기는 만큼 G-CSF가 많이 생길 것이라는 확신에 따른 것이었다. 몇번의 좌절끝에 2년이 흘렀고 마침내 예비실험용으로 사용한 형질전환 생쥐의 유선에서 l당 약 1백mg의 많은 G-CSF가 발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여기서 발현된 G-CSF를 정제해 활성을 측정한 결과 인체에서 분비되는 G-CSF와 동일한 활성을 갖는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런 과정에서 생쥐의 수정란에 유전자를 도입하는 마이크로인젝션 기술이 확립됐고 흑염소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본격 착수할 수 있었다. 먼저 충남대 구내에 소규모 흑염소 목장을 조성했다. 그러나 새끼가 태어나도 원하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날 확률은 3~4%에 불과했기 때문에 연구원들은 밤잠을 설치며 마음을 졸였다. 그후 서너차례의 확인을 거쳐 형질전환 흑염소 "메디"의 탄생을 확신할 수 있었다. 현재 메디는 생후 6개월이 되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고 지난 7월말에는 수컷 동생도 보아 연구는 본궤도에 들어갔다고 볼수 있다. 메디를 내년초쯤 임신시켜 유즙에서의 G-CSF 발현량이 얼마나 되는지 지켜봐야 한다. 형질전환동물을 이용해 생산된 의약품은 아직 없고 이를 개발중인 미국과 영국에서는 임상시험이 진행중이다. 메디의 탄생은 이 분야의 기술수준을 한단계 올리는 계기가 됐고 선진국과의기술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발판이 됐다고 감히 자평하고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