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IMF 신경영] '사장직함 떼고 영업일선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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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상사는 오디오 컴퓨터 안경등을 깨끗이 닦을 수 있는 특수섬유를 생산하는 업체. 서울 답십리 송화빌딩에 있는 이 회사를 찾아가보면 사장이 없다. 이 회사에서 제일 높은 사람은 이기철 이사(44). 이 이사는 분명히 오너사장이지만 명함을 받아보면 이사라고 쓰여 있고 영문명함에도 디렉터라고 새겨져 있다. 왜 사장자리를 비워두느냐고 물어봤다. "중소기업은 상담을 벌일때 사장이 직접 실무자와 접촉을 해야 하는데 사장이라고 하면 상대방이 세부적인 얘기를 잘 꺼내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다미상사는 미국 독일 두바이 싱가포르등에 클리너를 수출하는데 해외바이어들과 상담을 벌일 때도 디렉터라고 해놔야 가격타협이 잘 이뤄지지 않을 때 "사장에게 물어본 뒤 대답을 하겠다"라며 조정기간을 가질 수 있는이점이 있다는 것.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다미상사처럼 사장자리가 없는 회사가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CNC엔지니어링의 김두섭사장(34)은 지난 8월말 인천에서 여의도로 본사를 옮기면서 스스로 몸을 낮췄다. 사장에서 본부장으로 내려앉았다.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을 공급하는 김사장은 직위를 강등시킨 이유에 대해 "대기업 전산담당자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데 사장이란 명칭을 쓰면상대방이 거부감을 느껴 일이 쉽게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KTT컨설팅의 이영우이사, 창의메디칼의 장익춘이사, 우연식품의 이보삼 본부장 등은 한결같이 오너사장들이다. 이처럼 사장이 없는 기업이 적어도 1만개업체는 넘어설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추산한다. 특히 20대후반이나 30대초반에 창업을 한 기업들은 직함을 낮추는 것이 새흐름이다. 그래야 수월하게 영업활동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술개발 관련기업들의 경우 사장이 "연구소장"이란 직함을 쓰는 사례도 부쩍 증가하고 있다. 서울 마포에 있는 특수유리전문업체인 컴파스텍은 이보다 더 심하다. 임원이 하나도 없다. 사장인 이장호씨가 부장이란 직함을 쓴다. 한국프리랜서그룹은 사장이 실장이다. 남은금속의 김평기사장(31)은 과장이란 직함을 쓴다. 사장이 스스로 몸을 낮추는 경영기법은 당분간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