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당패의 눈물...웃음...사랑..서사가무극 '유랑의 노래'

사당패 솟대쟁이패 추산이패... 조선후기 천민 유랑예인집단은 헤아릴수 없이 많았다. 이들은 춤과 노래, 곡예를 밑천삼아 이 마을 저 고을을 떠돌며 하루 하루를 이어갔다. 일제 식민통치가 시작되면서 맥이 끊기기 전까지 민중의 애환을 달래주었던 이들은 그 시절 대중스타였다. 이 유랑예인들이 동숭동 대학로에서 놀이판을 벌이고 있다. 26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유랑의 노래". 제일 늦게 시작된 패거리로 최근까지도 명맥을 이어온 남사당패의 눈물과 웃음, 그리고 사랑을 그린 서사가무극이다. 꼭두쇠 주태백의 고리짝을 훔친 것이 계기가 되어 그를 따라 나선 저자거리의 어린 추산은 커서 남사당패의 꼭두쇠가 된다. 추산은 술집에서 도망나와 합류한 유란과 사랑을 키우지만 떠돌이 생활을 견디지 못한 유란은 추산을 떠난다. 추산은 여사당 선화패에 합류, 줄타기의 명인 황운의 딸 매령과 만나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추산을 존경하며 그와 동성애에 빠져있던 방초는 두사람의 사이를 질투하며 고민한다. 어느날 공연도중 시비가 붙은 일본인 건달을 살해한 추산은 매령, 방초과 함께 쫓기는 신세가 되고 결국 둘을 잃는다. 옥살이를 끝낸 추산은 어린 무동 덕구를 만나 또다시 유랑의 길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남사당패를 따라다녔던 한 예인으로부터 그들의 삶을 전해들은 김명곤이 작품을 쓰고 연출했다. 김명곤은 주인공 추산역도 맡아 조선팔도를 떠돌아다녀야 했던 남사당패의 한과 사랑을 담아내고 있다. 이혜은이 매령역을 소화하고 방은진은 유란과 방초 등 1인2역을 하며 동성애와 이성애의 경계를 넘는 남사당식 사랑을 그리고 있다. 극 중간중간에 남사당패의 여섯 놀이마당인 풍물, 살판(땅재주), 탈춤(덧뵈기), 어름(줄타기), 버나(접시돌리기), 덜미(꼭둑각시놀음) 등이 실연 돼 흥겹다. 거의 모든 기예를 출연배우들이 대역 없이 직접 재연한다. 특히 이혜은은 2m 높이에 쳐진 줄위에서 춤추고 연기한다. 출연진의 자녀 7명이 함께 무대에 서 삐리(어린광대)역할을 깜찍하게 해낸다. 김명곤은 "천민신분인 이들 유랑예인들의 거칠고도 질긴 삶을 지탱하게 해주었던 힘이 무엇인지를 찾아 얘기하고 싶었다"며 "이 작품을 영화로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10월3일까지 오후 4시30분, 7시30분. 741-5332.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