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 '슈뢰더' 집권] '신좌익유럽' .. 의미/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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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총선에서 사민당이 승리한 것은 단순한 정권교체 이상의 의미가 있다. 게하르트 슈뢰더 차기총리의 등장과 헬무트 콜 총리의 퇴진은 냉전시대지도자와 신세대 정치지도자간의 세대교체를 뜻한다. 또 유럽연합(EU) 15개국중 영국 프랑스 독일등 12개국에서 중도좌파가 집권, 유럽의 정치역학구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독일 내부의 정책방향도 복지를 강조하는 쪽으로 선회될 게 분명하다. 아직 변수는 남아있지만 급진적 정책을 내건 녹색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경우 어느정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독일 재계일각에서 사민당과 녹색당간의 적녹연정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는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 국민들이 급격한 변화를 바라지 않고 있어 적녹연정이 이뤄지더라도 정책기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8일 독일주가는 약간 올랐으나 마르크화가치는 소폭 하락, 정권교체에 대한 금융시장의 첫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경제정책=정책방향은 일단 복지강화에 촛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슈뢰더 차기총리는 그동안 깎인 연금지급률과 병으로 휴직할 때 받는 임금을 원상복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독일 최대의 과제인 실업사태에 대해서는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눠갖는 "수요자중심"의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주당 35시간인 근로시간이 단계적으로 주당 30시간까지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슈뢰더는 이를 위해 집권후 첫과제로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정 3자연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세제도 중.저소득층에 유리하게 개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고및 최저 소득세율을 각각 4%포인트씩 낮추고 법인세도 단계적으로 47%에서 35%로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10%포인트이상 세율을 낮추기로 한 기민당의 안보다 인하폭이 적다. 이는 세수가 급속히 줄어드는 것을 방지해 복지부문을 축소시키지 않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렇지만 이상론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복지와 실업문제를 말처럼 쉽게 풀어갈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외교=슈뢰더 차기총리의 정치이념은 "새로운 중도"다. 자유시장경제와 국가의 시장개입을 혼합한 "제 3의 길"을 제창한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 유사하다. 따라서 영국과 독일간의 협조체제가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콜 총리시절에 독일-프랑스의 협력을 주축으로 했던 유럽의 역학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시사한다. 이와함께 내년에 EU의장국을 맡는 동안 EU의 최저세율을 제한하는 세제공동방안을 마련, 하나의 EU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NATO내에서 미국과 유럽이 "동등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나갈 전망이다. 한국과의 관계에는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연정 문제=당장 녹색당과의 적녹제휴가 문제다. 슈뢰더후보가 녹색당과의 연정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 약속을 지키기에는 부담이 없지 않다. 독일의 NATO탈퇴를 주장하는 등 녹색당이 워낙 급진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어 흔쾌히 녹색당을 파트너로 삼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특히 녹색당의 반기업성향으로 재계의 거부감도 강하다. 이를 반영, 마르크화는 28일 유럽시장에서 적녹연정에 대한 재계의 우려로달러당 1.6837(전날 1.6730)마르크로 떨어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