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손오공과 모빌리티 .. 전주범 <대우전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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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은 중국 소설 서유기 속의 주인공이다. 현장법사의 경호대는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손오공이 경호대장의 역할을 한다. 요새 우리나라에서는 사오정이 좀더 유명해져 있는 것 같지만, 원래 손오공이 소설의 중심이다. 손오공이 경호대장이 된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중 근두운이라는 비행물체의 존재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손오공은 앞길에 위험한 것이 있다고 생각되면 항상 근두운을 타고 먼저 날아가서 정찰을 하고 그 결과를 현장법사에게 보고하는 한편 대처 방안을 저팔계 사오정과 의논하였다. 대처방안 중 중요한 것은 손오공의 주무기인 여의봉을 늘이거나 줄이거나 하는 것 외에 각자의 몸을 다른 것으로 변화시키는 둔갑술이란 것도 있었다. 이러한 간단한 플롯은 현대의 기업경영에 중요한 시사를 던진다. 즉 손오공에게는 다른 이들보다 먼저 빨리 움직이면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이 있었다. 그리고 손오공은 획득한 정보를 즉시 전달하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였다. 그다음은 손오공은 닥쳐오는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여의봉을 늘이거나 줄이면서 자기의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둔갑술을 통해 조직구조의 획기적 변화도 불사하였다. 이렇게 변화할 줄 아는 능력을 기동성 혹은 모빌리티(Mobility)라고 표현할 수 있다. 기업환경이 급변하는 말은 이제 진부한 표현이 될 정도로 작년말 이후는 정말 내일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에서 계속 생존하며 성장하기 위하여는 남보다 빨리 움직여서 빨리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토대로 빠른 의사결정을 하여야 한다. 주어진 틀에 맞추어서 생각하고 남들이 해오던 방식만 답습하여서는 결코 오늘의 위기를 헤쳐나가지 못한다. 빨리 움직이면서 유연하게 사고하는 태도만이 오늘 우리 앞에 닥쳐온 위기를돌파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전주범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