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일자) 실물경제 무너져선 안된다

실물경제가 갈수록 심상치않다. 29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중 산업활동과 국제수지 동향은 계속 악화일로다. 제조업 가동률은 85년 통계작성이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62.9%로 떨어졌고, 산업생산은 전년동월에비해 11.8%, 내수용소비재 출하는 29.2%가 각각 감소했다. 특히 국내건설 수주는 41.9%, 건축허가면적은 무려 70.1%나 줄었다. 또 8월중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부진의 영향으로 22억6천만달러에 그쳐 월간 실적으로 올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매월 평균 30억달러를 훨씬 웃돌았던데 비하면 우려할만한 악화다. 특히 경상수지의 흑자폭이 줄어든 요인중 여행수지 등 서비스 수지의 적자가 늘어난 것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렇듯 각종 경제지표가 수개월째 거의 모든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악화되고있고, 또 그 속도가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실물경제 기력이 쇄잔해지고 있다는 증거로 우리는 해석한다. 경제활력이 떨어진 경제는 사소한 환경변화에도 큰 충격을 받는다. 지금의 우리경제가 바로 그런 처지에있다. 때문에 결코 걱정만 하고 넘길 일은 아니다. 국내생산과 소비가 줄고, 국제수지 흑자가 축소되는 모습은 분명 우리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는 정반대다. 더구나 최소한 연말까지 개선될 기미는 찾아보기 어렵다는게 민간경제계의 일반적인 진단이다. 전경련은 29일발표한 4.4분기 산업활동 전망에서 모든 업종의 가동률 급락과 생산 및 판매격감, 그리고 수출부진 양상이 지속되면서 산업기반이 더욱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국내산업 경기를 선도하는 자동차와 건설업종은 내수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7%와 70%가 각각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같은 예측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그야말로 산업기반의 붕괴를 초래하는 심각한 사태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28일 경제관련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강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바 있어 한가닥 기대를 가져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제계는 대통령의 정책의지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실천방안들이 뒤따르지 않고 있어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정책의지 표명도 중요하지만 구체적 실행방안을 조속히 강구하는 일이 더 시급한 과제라는 반응이다. 그래야만 경제주체들이 정부정책을 신뢰할 수 있고, 정책효과도 극대화시켜 위기극복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경제여건을 감안한다면 일거에 경기를 회생시킬 묘책은 없다. 금융을 정상화시키고 기업의욕을 북돋우는 것이 근본대책이지만 지금과 같은 급박한 상황하에서는 전통적인 통화금융정책이외에 조세감면 방안을 포함,그밖에 실효성있음직한 비상대책을 종합적으로 서둘러 강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