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사성 '최형기의 성클리닉'] (24) '정계정맥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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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감이 익어가는 계절에 제 귀여운 딸을 얻게 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재롱부리는 아기를 볼 때마다 선생님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차트를 찾아보니 32세의 K씨부부는 결혼후 3년이 넘도록 얘기가 안 생겨서 그동안 몇군데 병원을 찾아갔으나 특별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부부의 성생활에도 문제가 없고 K씨의 외부생식기를 진찰해봐도 육안으로는 별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정액의 정충숫자와 운동성을 살펴보니 정상보다 많이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좌측 음낭부위 혈관이 약간 의심스러워서 아랫배에 힘을 주고 방사선 동위원소검사를 해보니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던 정맥이상이 확실했다. K씨는 정계정맥류로 진단돼 수술을 받고 2년전에 퇴원했던 환자였다. 여름철 해수욕장에 가보면 다리 종아리에 혈관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사람을 종종 본다. 그게 바로 정맥류라는 병이다. 이런 병이 고환에 생기면 이를 "정계정맥류"라고 한다. 일반인들이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병은 고환에 분포하는 피가 잘 빠져나가지 못해 생긴다. 이로 인해 나쁜 대사물질이 고이게 되며 고환의 온도가 올라간다. 그 결과 고환이 위축되는 등 고환기능이 나빠져서 정자생성이 안되고 불임이 된다. 결국은 성기능이 심각한 지경으로 악화되는 것이다. 남성호르몬과 정자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환은 태생기에는 뱃속에 있다가 출생하면서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 이유는 음낭의 온도가 체온보다 3~4도 정도 낮아야 고환이 제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예부터 고환 냉수마찰이 정력증강의 방법으로 전해 내려온 것도 이런 의미에서 일리가 있다. 따라서 최근 젊은이들이 아주 꽉끼는 팬티나 바지를 입는 것은 고환에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필자가 클리닉에서 수술받은 2백54명의 정계정맥류 환자를 분석해보면 불임이 49%, 성기능장애 24%, 음낭종물 15%, 음낭통증 12% 등이었다. 이들 환자의 67%는 정자의 숫자나 운동성에 이상이 있었고 수술후 73%는 호전이 돼 27명이 임신에 성공했다. 성기능장애를 호소하던 환자들도 70%에서 증상의 호전이 있었다. 정상 남성의 8~13%에서 나타날 정도로 매우 높은 빈도를 보이는 정계정맥류는 초기에 특별한 증세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고 지내는 수가 많다. 더러 학교 신체검사나 군입대 신체검사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정계정맥류는 청소년기에서 결혼적령기 사이에 잘 나타난다. 조기발견만 되면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므로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