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따로 노는 수출대책반

수출비상대책반 2차 회의가 열린 30일 오전 9시반 산자부 대회의실. "재정경제부와 산업은행이 사전통보없이 불참했지만 그냥 회의를 시작하죠" 회의를 주재하는 산자부 관계자는 시계를 쳐다보다 모습에는 맥빠진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모임은 수출기업의 구체적인 애로사항을 듣고 즉석에서 해결해주는 수출 관계기관 합동회의다. 수출애로사항은 대부분 수출보증한도 등 금융문제다. 그런데 금융업무를 총괄하는 재경부가 불참하는 바람에 회의는 시종 김빠진 분위기였다. 지난달 15일 1차회의때는 재경부에서 금융정책국장 대신 금융정책과장이 대리 참석, 모양새도 갖추고 회의결과도 그런대로 알찼다는 평가다. 수출비상대책반은 김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이례적으로 산자부를 직접 방문,연말까지 수출총력지원체제를 갖추라고 지시한데 따라 발족됐다. 이후 수출 주무부처인 산자부에는 비상이 걸렸지만 다른 부처는 마지못해 따라오는 눈치였다. 산자부는 장관이 직접 나서서 작년수출실적 1천3백62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비상시스템을 가동시켰다. 하지만 관련부처에선 실무자들부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 수출총력지원체제가 초반부터 삐걱거리는 느낌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경기부양책을 밝히는 자리에서 "경제부처간 협조가 잘 되고 있어 경제팀을 교체할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최근 실상을 어느 정도 제대로 알고 그런 말을 했는지 궁금하다. 정구학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