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 지금...] '부산, 영상도시로 거듭난다'

부산이 영화산업의 메카를 선언하고 나섰다. 계기는 지난 1일 막을 내린 제3회 부산 국제영화제. 전국서 몰려든 영화팬들로 부산경제가 기대 이상의 활기를 띈데다가 여기서사업성을 확신한 지자체 및 영상업체들이 잇따라 영상산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상산업을 부산의 새로운 대체산업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국제영화제는 비록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지역경기의 활성화를 초래했다는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실상 중구 남포동 일대를 비롯한 부산지역 상가들은 가뭄속 단비를 기대하듯 영화제를 기다려 왔다. 레츠미화당백화점 같은 경우 기대했던대로 매출이 평소보다 25%나 늘어나는반짝 호황을 누렸다. 극장이 즐비한 남포동에 인파가 몰리다보니 상영시간을 기다리거나 영화관람 후 쇼핑을 즐기는 사람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최성문 레츠미화당 상무는 "백화점안으로 몰려드는 사람과 차가 너무 많아주차장이 모자랄 정도였다"며 "IMF 체제 이후 이런 현상은 정말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숍도 손님들로 붐벼 앉을 자리가 없을 지경이었고 영화관 맞은편의 자갈치 횟집 역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등영화제 특수를 한껏 누렸다. 부산횟집 김경식씨(46)는 "매출이 50% 이상 늘었다"며 "장사가 이렇게만 되면 소원이 없겠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숙박업소도 "표정관리" 하기는 마찬가지다. 코모도호텔 롯데호텔부산, 조선비치호텔 등은 평균 20% 정도 매출이 증가한것으로 알려졌다. 최도식 부산시 정책개발실 문화관광부장은 "영화제로 벌어들인 지역업체들의매출액만 해도 1백억원대를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행사기간동안 영화제를 찾은 인원은 대략 20만명. 이들이 추락하던 부산경제에 비상의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그러나 국제영화제가 남긴 더 큰 의미는 "영화메카로서의 부산"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부산을 영상산업도시로 육성하려는 부산시와 영상업계의 계획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상원 부산국제영화제 사무차장은 "부산은 국제영화제를 계기로 영상산업터전으로서의 기반을 확고히 마련했다고 본다"면서 "영상산업이 지역경제에온전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제작자와 영상사업자들이 부산에 찾아오도록 여건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시 등이 추진중인 영상도시화 계획은 이처럼 "영화인 찾아오게 하기"에서 비롯된다. 이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추진중인 사업이 "아시아 공동투자 공동제작 공동분배(부산프로모션플랜.PPP)". 일정 기금을 조성해 영화를 제작, 배포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부산시는 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산을 영상산업의 전진기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녹산공단 등에 들어설 테크노파크에 만화영화 및 애니메이션 캐릭터업체인 서울무비, 우보전자 등 국내유수 영상업체들을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강서구 기장지역에 영상제작단지, 영화테마파크, 부산영상교육원 등의 설립을 추진중이다. 백양소프트산업단지에도 몇몇 벤처기업들이 영화 애니메이션 개발사업에 착수하는 등 지역 영상산업의 개척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영상산업도시화를 위한 영화관 건설 등 물리적 기반도 착착 갖춰 나가고 있다. 사하구청이 2000년까지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 일대에 2천5백평규모의 영상단지를 세우는 것을 비롯해 대우가 수영만매립지와 부산진구 전포동에 각각 10개관을 가진 대형영화관을 건설할 계획이며 부국건설도 부산진구 전포동에10개관 규모의 영화관을 99년9월 완공 예정으로 공사에 들어갔다. 김명수 부산상의 조사부장은 "영상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기획 촬영 분장 편집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 등을 종합지원할 수 있는 산업단지 조성과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방향으로 주력해 나가면 지역경제회생과 도시산업구조 고도화라는 두마리 토끼 잡기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