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일 경제협력의 새지평..안충영 <국제대학원장>
입력
수정
안충영 아시아 금융위기가 한 돌을 넘기는 즈음 오늘부터 김대중 대통령의 역사적 일본방문이 시작된다. 자칫 잃어버린 90년대가 될 수 있는 헤이세이 불황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일본과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아래 경제의 기본 틀을 개조하고 있는 한국은 상생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일 경제협력의새 지평이 열릴 수 있다. 한.일 양국은 동북아에서 안보 환경오염 도시화 식량 등 지구적 문제를 외면할 수 없을 만큼 일의대수로 맞물려 있다. 일본의 과거사 반성에서 우리나라를 구체적으로 거명하고 한국은 전후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역할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기로 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일본문화에 대한 부분개방, 수입선 다변화 폐지, 어업 협정의 타결, 일본의 한국과 아세안에 대한 3백억달러의 금융지원 등은 한.일 경제협력의 새시대를암시하기에 충분하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속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은 거의 예외없이 여러 형태의 경제통합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단일통화의 유통에까지 이른 EU(유럽연합),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AFTA(아시아자유무역협정),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참여하는 MERCOSUR(남미공동시장) 등이 태동됐다. 그러나 한.일 양국은 과거사 문제로 오랫동안 조직화된 동북아 협력체제를 외면해 왔다. 60년대 이후 일본경제는 커다란 내재적 모순을 안고 오늘날의 심각한 복합 불황을 맞고 있다. 일본은 기술 자본 및 노동의 집약도에 따라 나라별로 상이한 산업이 도입->성장 및 수출->성숙->쇠퇴의 과정을 거친다는 국제적 수평분업의 "기러기 비상모형"을 제시하였고 1인당 소득이 세계정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 업종에 걸쳐 자기완결형 풀 세트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일본인의 천부적 고저축률은 고투자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만성적 내수부족 때문에 지속적 무역흑자로써 공급능력과 균형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산업우위 금융종속형 시스템위에 구축한 만성적 무역흑자는 금융의 글로벌화현상 앞에 전면적 시스템의 실패로 나타났다. 그동안 한국의 경제모델은 일본 모델의 아류로 정부주도의 철저한 캐치업 전략과 차입에 의한 외연확장의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산업우위 금융종속의 운영체제는 금융의 글로벌화앞에 시스템의 실패를 초래했고, 드디어 IMF관리체제를 맞게 되었다. 한국은 만성적인 대일 자본재 소재 부품의 의존도는 중화학의 성숙과 함께 오히려 심화돼가는 모순을 안고 있다. 한국의 금융위기도 90년대 초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무역적자에 대한 근원적 대책없이 단기 외채로 메워왔다는데 크게 연유하고 있다. 복합불황으로부터 일본의 탈출은 이제 금융구조조정과 함께 획기적 감세 정책과 재정지출을 통한 강도 높은 내수진작에서만이 가능하다. 아시아의 마이너스 성장과 전세계로 번지는 불황이 일본의 잉여생산력을 흡수할 수 있는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은 내수진작과 함께 수평적 분업으로 아시아 주변국에 전통적 중화학 산업을 이전하고 지식정보화와 금융산업의 효율화를 지향하는 구조개편을 단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경제의 개편은 동북아에 새로운 국제분업을 촉발하고 우리에게는 자본재 산업의 수입대체와 중화학의 고도화 기회를 가져다준다. 우리의 만성적 무역역조를 교정할 수 있는 기회가 조성되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외환위기 재발을 막고 소규모 역내 "금융화재"에 소방수 역할을 하며, 상호간 조기경보를 할 수 있는 "동아시아 기금" 창설도 한.일 양국은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일본어세대가 현역무대에서 점점 사라지고 60년대이후 한국의 유학세대가 미국 일변도로 흘러감에 따라 일본 이해에 커다란 단층이 형성되고 있다. 일본의 지한노력에 버금가는 우리의 지일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상호이해의 가교가 훨씬 다양화돼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