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역학 이야기] 바람과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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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학은 숙명론의 굴레를 벗어나 적극적인 추길피흉을 도모하는 학문이다. 풍수는 크게 시신이 묻힐 자리를 정하는 음택, 집에 관계되는 양택,도읍지 등의 큰 지리적 구획을 정하는 데 쓰이는 양기풍수, 그리고 최근 대만에서 발원한 생기풍수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이러한 분류법의 기저에는 명당발복의 개념이 자리잡고 있음이 당연하다. 풍수는 장풍득수에서 유래한다. 바람을 감추고 물을 얻는다는 말이다. 장풍은 바람을 잘 요리하여 사람이 그 존재여부를 눈치채지 못하게끔 하는 작용을 말한다. 갖가지 잡스러운 기운들로 채워져 있는 바깥에서 불어오는 낯선 바람을 명당 안으로 순차적으로 끌어들여 내부와 조화시키는 과정이다. 또한 명당안의 기운을 상하좌우로 유통시켜 생기를 잘 보존하는 원리이다. 득수는 뻗어내린 산맥(용이라고 표현한다)이 그 말단에서 물을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명당 안을 흐르는 물줄기는 명당 밖으로 흘러나가기 때문에, 득수가 제대로 이루어진 땅이라면 그 안팎으로의 조화로운 연결이 가능하다. 풍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기의 존재여부이다.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을 잘 얻었으며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름을 붙일만한 형국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땅에서 방사되는 무형의 기를 얻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누차 암시된 내용이지만 서양과학의 잣대로 동양의 원형을 모두 재단할 순 없다. 지기의 존재유무도 마찬가지다. 풍수에는 이론파와 기감파가 있다. 전자가 오랜동안의 학문적 연마를 통하여 경지에 오른 땅의 판관이라면,후자는 발달된 오감과 초인적인 직감을 활용하여 땅 자체를 느끼는 경우이다. 초능력이라고 이름불일 만한 이러한 능력을 원래부터 타고났던 우리들인데 물질문명의 갖가지 혜택을 받다보니 자연을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 직관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성철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