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창간 34돌] 유통 : 정보화 전쟁..'소비자를 분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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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고객을 얼마나 잘 알고 계십니까" 언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대중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는 매스마케팅시대이전 가게주인은 고객을 보면 그가 누구인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이름이 누구고 어디에 살고 어떤 상품을 선호하는지 잘알았다. 현대적인 매스마케팅이 이루어지기전 마케팅방법은 1대1마케팅이었다.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을 일일이 알았다. 그러나 현대대중사회에 접어들면서 마케팅방식은 1대 불특정다수가 됐다. 하지만 고객의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시장분할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전통적인 1대1마케팅방식이 다시 도입되고 있다. 고객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이같은 과학적 마케팅방식이 다이렉트마케팅이다. 다이렉트마케팅은 백화점 할인점 소매점 등 점포에서 이루어지는 판매가 아니다. 무점포방식이다. 19세기부터 산업을 주도하던 제조업이 정보통신업에 선두자리를 양보하듯 무점포방식에 의한 다이렉트마케팅이 점포판매를 압도해가고 있다. 더구나 정보통신망의 발달로 세계시장이 하나로 통합돼가는 시점에서 지역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매장판매는 판매극대화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카탈로그판매 TV홈쇼핑 위성방송 인포머셜 전자상거래등이 다이렉트 마케팅의 구체적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고객구매정보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베이스마케팅이 각광을 받고 있다. 매스마케팅이 재래전이라면 데이터베이스마케팅은 현대식 전자전이다. 베트남전에서는 수십대의 폭격기를 동원해 수천개의 폭탄을 쏟아붓는 융단폭격을 가했지만 미국은 전쟁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91년 이라크전에서는 레이저유도장치를 이용해 단 몇십개의 스마트미사일로 주요격납고와 전화국굴뚝까지 정확히 요격했다. 그동안 대중매체를 이용한 매스마케팅이 월남전방식이었다면 유망고객에게화력을 집중해 곧바로 구매를 유도하는 걸프전방식의 마케팅이 바로 데이터베이스마케팅이다. 데이터베이스마케팅은 효과가 즉각적이다. 미국의 슈퍼마켓에는 기저귀매장옆에 맥주를 함께 진열해둔다. 부인의 심부름으로 기저귀를 사러 슈퍼마켓에 들른 남편은 짜증도 나고해서 맥주나 마시려고 이를 함께 사가기 때문이다. 1년전에 반코트를 산 사람은 다음해에 롱코트를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데이터베이스마케팅이 밝혀낸 사실이다. 돈이 모자라 반코트를 산사람은 다음해에 롱코트를 구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코트회사는 반코트를 산 고객주소를 찾아내 이들에게 DM(직접우편)등을 보내 집중적인 판촉공세를 벌인다. 이처럼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다이렉트마케팅이 효험이 높고 마케팅비용도적게 드는 것으로 나타나자 80년대이후 미국기업들은 너도나도 매스마케팅대신 다이렉트마케팅으로 전환했다. 예컨대 제너럴모터스는 마스타카드와 제휴해 GM카드를 만든뒤 고객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여기서 고객을 유형별로 분류해 카드소지고객이 스포츠카에 관심이 있다면 GM판매부는 스포츠카에 대한 정보를 우편으로 보낸다. 고객과 1대1로 대화하겠다는 의도다. 국내에서도 이런 데이터베이스마케팅을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카드는 골프용품이나 골프여행 패키지를 팔때 광고를 하지 않는다. 대신 회원중 골프장에서 카드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고객한테만 DM을 보낸다. 대우자동차는 95년 11월 에스페로 품질평가단 1백명을 모집했다. 응모자 43만5천명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잠재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작성했다. 이들만을 상대로 집중적인 마케팅을 실시했다. 1년도 안돼 1백명의 평가단중 95명이 에스페로를 샀고 43만5천명의 잠재고객중 1만5천명이 대우자동차를 구매했다. 비용은 적게들면서 물건을 꼭 살만한 고객만을 집중공략하는 "족집게마케팅"에 기업들이 몰려드는 셈이다. 또 시장이 성숙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규고객창출보다는 단골고객유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객중 상위20%가 매출액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법칙은 이제 마케팅의 진리가 됐다. 이들 단골고객은 충성심이 높아 구전효과를 통해 다른 손님을 끌고 오는 영업사원이 되기도 한다. 이른바 MGM(members get members)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의 우량고객관리가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직관에 의존하는 광고나 마케팅이 이제는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하는 과학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