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창간 34돌] 유통 : 업태영역파괴..상인 시장변신 앞장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불황 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날로 늘어가는 빈 점포를 채우기 위해 상인 유치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상가가 더이상 망가지기 전에 재단장하기로 한 곳도 있고 아예 브랜드를 바꾼 곳도 있다. 내수시장의 부진을 만회하려고 해외로 나가는 상가도 많다. IMF불황은 남대문 상인들에게 엄청난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현재 남대문시장에는 빈 점포가 곳곳에 널려 있다. 1만여개 점포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약1천개 점포가 비어 있는 상태다. 지금이라도 손을 털고 나가겠다는 상인도 수두룩하다. 의류도매상인들은 "밤새 마수걸이조차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고 아우성이다. 한 상인은 "할인점 백화점들이 끊임없이 세일을 해대는데 재래시장이 어떻게견디겠느냐"고 반문했다. 지하에 있는 한 상가는 점포의 3분의1이 비어 있다. 상인들은 빈 점포에 물건을 진열해놓고 모퉁이 빈 점포들을 천으로 가렸다. 또 지난 봄부터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상인을 유치하고 있다. 하지만 빈 점포는 갈수록 늘고 있다. 한 수입상가는 아예 간판을 내리고 음식점으로 변신하려고 내장공사까지 마쳤다. 그러나 입주문의조차 없어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남대문시장 한복판에 들어선 라뽐에스떼는 개장한지 한달이 넘도록 상가를 다 채우지 못했다. 인근 청자상가는 상가를 새로 단장해 연말께 재개장키로 하고 내부공사를 벌이고 있다. 연세수입상가는 원화환율이 올라 수입 수요가 위축되자 지난 6월 액세서리상가로 변신했다. 작년말 문을 닫았던 아이엠상가는 수출전문상가로 재개장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한 지하상가는 수입상가를 조성하려다 실패해 당초 개장예정일이 반년이 넘도록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남대문시장에서 가장 확실하게 달라진 곳은 퇴계로 남측에 밀집한 남성복상가들이다. 이곳은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남성복을 사러온 지방상인들의 차로 밤마다 상가 앞 길이 꽉 막히곤 했다. 지난 여름까지도 이곳에는 남대문의 대표적 남성복 브랜드인 빅게이트 노바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낯선 간판들만 걸려 있다. 노바상인회는 여름이 끝나갈 무렵 노바 간판을 내리고 이탈리아에서 크리스찬다니엘이란 브랜드를 들여왔다. 일부 노바 상인들은 자방모드라는 새간판을 내걸었다. 빅게이트상인회는 기존 빅게이트 브랜드와는 별도로 샤피클럽이란 새 브랜드를 띄웠다. 또 상가 한쪽에 샤피랜드라는 아동복상가를 조성하는 등 변신을 꾀하고 있다. 국내에서 공급과잉이 풀리지 않는다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길밖에 없다. 이런 점에 착안, 숙녀복상가인 영타운은 중국으로 진출했다. 압록강에 인접해 있는 단둥의 한 백화점 3개 층을 빌려 상가를 조성하고 지난 1일 개장했다. 이곳 2백여개 점포에는 영타운 상인들은 물론 장띠모아 커먼프라자 마마아동복 등 남대문의 다른 상가 상인들도 가세했다. 남대문 상인들의 변신은 처절하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힘겹게 진행되고 있다. 변신에 완전히 성공한 상가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상가는 섣불리 변신을 시도하다가 실패, 곤경에 빠져 있다. 하지만 상인들 사이엔 변화에 뒤처졌다간 시련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