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불황 그림자 드리운 세계경제 .. 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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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국민들의 주된 관심사는 우리 경제가 언제쯤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며 그 강도는 어떠할 것인가에 쏠려 있을 것이다. 이는 소득 및 일자리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경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동남아의 금융위기는 금년 하반기 이후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국제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더욱이 미국을 위시해 그동안 잘나가던 선진국들 마저 경기침체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다음 세가지 경로중 하나를 밟게 될 것이다. 첫째 대공황 시나리오다. 현재의 세계경제는 선진국과 개도국간 상호 보완성의 약화, 글로벌 디플레이션 압력의 심화, 국제금융시스템의 불안정이라는 점에서 1930년대 대공황 발생 직전과 유사해 세계적인 대공황이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국 정부가 대공황의 폐해를 잘 알고 있고 이를 방지할 최소한의 정책수단을 갖고 있을뿐만 아니라 선진국간 정책협조도 어느정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대공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둘째 장기불황의 경로다. 세계경제는 금리인하 등 선진국간 정책협조가 지연되고 국제통화질서 개혁논의가 성과를 거두지 못해 세계적인 금융불안이 심화될 경우 향후 3~5년간 마이너스 2~0%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장기 침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장기불황기에 접어들면 자금의 선진국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단기성 투기자금의 폐해를 막기 위한 각국의 규제와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강화될 것이다. 이에따라 선진국과 개도국들의 경제성장률이 동반 하락하면서 국지적인 금융위기가 빈발하는 준위기상황이 수년동안 지속될 것이다. 셋째 경기침체 시나리오다. 헤지펀드사들의 파산위기 등 미국 금융계가 흔들리면서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도 급격히 손상되고 있다. 선진국간의 정책협조가 어느정도 이루어져 세계경제가 장기 불황을 피한다 할지라도 앞으로 1~2년동안 세계경제는 성장률이 과거 10년 평균 3.4%에서 0~2%로 둔화되는 경기침체를 피하기는 어려우리라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위의 어떤 경로를 밟든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수출및 투자감소로 성장률이 세계 평균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하고 해외로부터의 자본유입 위축과 원화절하 기대심리로 신용경색과 환율불안이 심화되면서 또 한번의 금융위기를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일부에서는 엔화의 대미달러 환율 하락, 국제금리 인하, 국제원자재 가격의 하락 등 신3저의 도래로 한국의 수출이 대폭 늘어나고 경제 회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세계경제는 당분간 수요기반이 늘어나기보다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웬만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신3저의 효과는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보다 보수적인 전망에 의거해 경영에 임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 정부 차원에서는 투기자본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해 자본자유화의 내용과 일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경색으로 인해 원화평가절하의 효과가 반감된 수출부문에 원활한 금융을 지원함으로써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기업 차원에서는 세계경제의 경기침체 내지는 장기불황을 염두에 두고 경영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불황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초긴축 경영, 외형보다는 내실위주의 경영,차별화와 고객밀착경영을 통한 시장확대 노력을 보다 강도높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나아가 세계경제 침체와 국제금융 불안으로 향후 수년간 사업리스크 환위험리스크 등 각종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므로 철저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끝으로 대공황기나 장기 불황기에 기존 산업의 틀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술이등장했다는 점에서 기술 투자를 게을리 할 경우 성장기반 경쟁기반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