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창간 34돌] 특파원이 본 세계경제 : 일본..정책 실패

세계경제가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언제 빠져 나갈지 모르는 긴 암흑 속의 행로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러시아와 중남미를 한바퀴 돌아 세계경제의 중심인 미국까지 집어 삼킬 태세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헤지펀드들의 부실이라는 새로운 복병이 등장했고 기축통화인 달러화조차 하루에 10% 가까이 요동을 쳐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경제를 살리자는 목소리는 요란하지만 정작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만한 대안은 늘 "논의중"이다. 과연 세계경제는 동시공황이라는 파국을 면할 수 있을 것인가. 지구촌 주요 포스트에 위치한 해외특파원들의 취재와 분석을 통해 세계경제의 현황과 전망을 점검해 본다.======================================================================= 일본경제가 침몰하고 있다. 사카이야 다이치 경제기획청장관은 최근 98회계연도(98년4월-99년3월)와 99회계연도의 실질성장율을 각각 마이너스 1.8%로 대폭 낮춰 잡았다. 사상초유의 3년 연속 마이너스성장 우려, 이것이 일본경제의 현주소다. 최근 엔화가 달러당 1백10엔대로 폭등, 일본경기회복의 걸림돌로 인식돼온엔저에 대한 우려가 일단 사라졌지만 경기불황의 골은 깊기만 하다. 정부가 경기부양규모를 당초의 17조엔에서 30조엔으로 늘리고 부실은행구제자금도 67조엔으로 4배이상 확대하기로 했지만 불황의 먹구름은 여전하다. 실업자 수는 매달 사상 최대기록을 깨고 있고 주가는 12년여만의 최저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도산도 그칠줄 모르고 금융기관들은 부실채권 누적으로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일본경제가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는 원인은 다양하다. 거품붕괴로 부실이 겉으로 드러난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었다면 적절한 정책적 대응책을 구사하지 못한 것이 위기를 부추킨 요인이다. 이중 정책전환의 실패가 경기회복불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작년 11월 야마이치증권 홋카이도다쿠쇼쿠은행등의 연쇄도산으로 신용경색현상이 빚어지면서 일본의 위기는 감지됐다. 그렇지만 신용경색을 풀 대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심지어 하시모토 전 정권은 "재정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세율을 인상하는 실책까지 저질렀다. 뒤늦게 세율인하와 재정적자 용인으로 물러섰으나 경기상황은 이미 돌이킬수 없는 지경이 된 후였다. 지금이라도 불황의 탈출구가 보인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경기회생 조짐이 없다. "일본책임론"을 들먹이는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오부치 정부가 경기대책을 강화하고 은행권에 대한 공적자금투입 규모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으나 아직실행과는 거리가 멀다. 해외사정도 일본경제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국제 신용경색은 심화중이고 미국경제가 침체기미를 보이고 있어 대외수출도 예전같지 않을 전망이다. 이 와중에 엔화가 지나치게 폭등, 수출업체들의 경쟁력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엔화폭등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부진과 수입가격하락으로 디플레압력이 커질 것으로 지적했다. 국제경제계는 일본의 정치지도력이 발휘되지 않을 경우 일본경기침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여야 정쟁을 종식, 금융시스템 안정화 대책과 경기부양 조치들을 하루라도빨리 실행해야 2000년쯤 경기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