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재의 돈과 법률] (89) '어음할인과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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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사는 이모씨는 아는 사람의 부탁을 받고 어름을 할인해주었는데 그만 부도가 나고 말았습니다. 이씨는 그 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돈을 돌려달라고 하자, 그 사람은 당장 돈이 없으니까 어음 대신에 차용증을 써 주겠다고 하면서 그냥 기다리라고만 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돈을 갚을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인데, 이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이 돈을 빌리려고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되서 사기죄로 고소라도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아니면 그 사람 자식들이 모두 직장이 있으니까 그 자식들로부터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를 물어보셨습니다. 돈을 빌려간 사람이 이를 갚지 않으면, 결국 재판을 해서 받아낼 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씨의 경우, 돈을 빌려간 사람이 돈을 빌려간 것은 인정하기 때문에 재판을 하더라도 이씨가 이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따라서 이씨로서는 재판보다는 간편한 방법인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급명령이라는 것은 이씨와 같이 다툼이 없는 채권이 있는 경우, 재판이라는 번거로운 절차 대신 신속하고 간단한 방법으로 강제집행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이씨는 지급명령을 받아서 그 사람의 재산을 강제집행하면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사람이 재산이 없다면 법으로도 이씨가 빌려준 돈을 돌려받도록 해 줄 수는 없습니다. 다음으로 이씨가 그 사람을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는지 보겠습니다. 돈을 꾸고서도 갚지 않은 경우에 사기죄가 성립되면 돈을 꾸려는 사람이 돈을 꿀 때부터 돈을 갚을 생각이 전혀 없었거나 아니면 갚을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속여서 돈을 빌렸어야만 합니다. 이씨에게 돈을 꾼 사람의 경우에는 그 당시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변제할 능력이 전혀 없었다고 하기 어렵고, 또 이씨를 속여서 돈을 빌렸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습니다. 따라서 그 사람이 사기죄를 범했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기죄로 고소하는 문제는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더욱이 죄가 되지 않는 사실을 고소할 경우, 자칫하면 이씨가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으므로 고소를 함부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그 사람의 자식들에게 아버지 대신 돈을 갚으라고 할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는 그 사람이 이씨에게 진빚도 자식들에게 상속되기 때문에 자식들로부터 돈을 돌려 받을 수 있지만 아직 돈을 빌려간 사람이 살아 있는 경우에는 그 사람으로부터만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 우리 법의 원칙입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