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면피용' 서비스헌장

정부가 올해부터 시범운영중인 행정서비스헌장 제도가 겉돌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들은 최근 "국민 중심의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해 철도청 등 9개 기관이 서비스헌장을 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고 강조하곤 한다. "각 기관은 서비스의 내용과 기준, 제공방법 등을 구체화했고 잘못된 서비스에 대한 시정및 보상조치를 담았다"는 자화자찬도 곁들였다. 이 말대로만 되면 국민이 정부로부터 주인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같다. 서비스헌장을 시행한다는 기관에서조차 "그런게 언제 발표됐었느냐"고 반문하는 공무원들이 많다. 더욱이 서비스헌장을 "대외비"처럼 공개를 꺼린 부처마저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 전화 또는 팩시밀리를 통한 진료예약 접수 및 예약 전날 통보 진료비용의 착오 또는 잘못된 서비스로 인한 손해의 조속한 환불 등을 골자로 한 "환자서비스헌장"을 제정했다. 그런데 복지부는 이를 국민에게 알리기보다는 공무원이 보는 관보에만 게재했다. 복지부와 국립의료원만 아는 서비스헌장이 된 셈이다. 복지부는 "대상이 국립의료원에만 해당된데다 준비도 덜 됐기 때문"이라고해명했다. 국민의 정부에 들어서도 각 부처들이 실적쌓기나 "면피"차원의 정책들을 내놓는 것같아 씁쓸하다. 최승욱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