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지각변동] (상) '업계판도 어떻게 되나'

기아및 아시아자동차 입찰에서 현대가 낙찰자로 결정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은 대전환점을 맞게 됐다. 업계 판도 변화는 물론 마케팅, 제품 라인업, 연구개발, 부품 업체와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업계의 전반적인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기아 인수시 예상되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지각변동을 시리즈로 전망해 본다.----------------------------------------------------------------------- 현대의 기아 인수가 확정될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의 판도는 새로 짜일 전망이다. 현대와 대우간의 2사체제로 재편되거나 독자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삼성자동차를 포함한 2강1약의 구도가 예상된다. 현대와 대우는 그간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불가피하며 이를 위해 두 회사에 생산능력을 몰아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현대가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 최종 인수계약을 맺을 경우 현대의 생산량(97년 기준)은 1백27만대에서 기아및 아시아자동차의 72만대를 더해 1백99만대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이럴 경우 생산대수 측면에서 지난해말 현재 13위인 현대는 일본의 스즈키등을 제치고 12위로 올라설 수 있다. 또 생산능력 면에서도 현대 1백80만대, 기아 1백5만대를 합해 2백85만대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현대는 기아 인수를 통해 국내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히는 것은 물론 세계 10대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와 대우간에 적정한 내수시장 배분이 가능해져 무이자할부판매와 같은 과당경쟁을 줄이는 대신 남는 힘을 연구개발(R&D)과 해외시장 확충등에 쏟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이원화될 경우 예상되는 긍정적인 효과는 제품 다양화및 원가 절감 연구개발 역량 극대화 부품 업체 대형화등 크게 세가지. 현대는 기아 인수로 우선 제품개발및 생산원가등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승용차를 기준으로 할 때 현대는 5개 플랫폼에서 8개 모델을, 기아는 8개 플랫폼에서 8개 모델을 생산중이나 양사가 통합할 경우 플랫폼 공유로 5개 플랫폼에서 15개 모델을 생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 관계자는 "현재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의 가장 큰 숙제중 하나는 플랫폼당 생산대수"라며 "현대가 기아를 인수할 경우 플랫폼당 약 50만대,모델당 15만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대와 기아간에 플랫폼이 공용화되면 두 회사의 제품을 차별화해 원가를 낮추는 동시에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출 수 있어 보다 폭넓은 고객 취향에 부응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의 주장이다. 또 원가 절감분은 연구개발비로 돌려져 선진 메이커 수준의 기술및 제품력을 갖추는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품업체의 대형화도 현대 인수에 따른 장점중 하나. 현대와 기아가 통합될 경우 현대 3백70여개, 기아 2백30여개등 6백여개의 부품업체를 부문별로 전문화해 업체당 생산량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대 관계자는 "현재 국내 최대 부품업체인 만도기계의 매출은 GM계열의 델파이나 포드 계열의 비스티온, 일본 닛폰덴소등과 비교할 때 10% 수준에도 못미친다"며 "현대의 기아 인수는 국내 부품산업의 취약성을 극복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가 2사 체제로 바뀔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독립 경영의 길을 찾고 있는 삼성자동차를 아직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내업계는 2강1약의 구도로 2사체제보다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