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대차거래제도, "개점휴업" 상태

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예탁원이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채권대차거래제도가 개점휴업상태에 빠져들었다. 20일 증권예탁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채권대차거래가 시행된지 한달이 지났지만 실제 채권을 빌려주고 돌려받는 채권대차는 단 한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또 채권대여기관이 될 은행과 보험사는 대부분 대여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차입기관이 될 증권사도 활용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게 된 것은 시장 현실에 대한 면밀한 조사없이 시행에 나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대차거래의 대상이 되는 채권에서 유통물량이 풍부한 회사채는 제외되고 국채 지방채 금융채 등으로 제한돼 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유통물량이 적은 채권은 일정기간후 되사서 상환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채권차입자가 빌리는 채권의 1백10%에 해당하는 채권을 담보로 증권금융에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제약요인이다. 한 증권사 채권부장은 "1백10%의 담보를 잡히고 누가 같은 물건을 꾸겠느냐"고 반문했다. 증권업계는 담보비율이 80%이하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세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것도 채권대차거래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예탁원 관계자는 "채권은 보유기간별 과세와 이중과세 금지가 원칙이지만 채권대차가 이뤄지면 이 두가지 원칙을 동시에 충족시키기가 어려워진다"며 "국세청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아직 통보가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