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뒷맛 개운치 않은 협상 타결

한.미 자동차협상에 대한 외교통상부의 설명자료를 보면 이번 협상은 나무랄데 없이 잘 된 것으로 돼있다. 세금인하는 우리 업계도 학수고대해온 것이고 저당권이나 리콜제도 도입도 하나같이 합리적이고 국제관행에 맞는 것들이다. 이번 협상을 한국이 주도한 것같은 착각이 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번 협상이 과연 통상교섭본부가 늘 말해온 "윈.윈 전략"대로 된 셈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우선 이번 자동차협상이 마치 완전 종결된 것처럼 "93년에 거론된 문제가 이번 협상에서 타결됐다"고 경위설명을 하는 것부터 "난센스"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측은 미국측에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식으로 "언질"을 준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유세를 낮추고 주행세를 높이는 방향으로 자동차세제를 개편하겠다고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에 그냥 넘어간 관세인하에 대해서도 미국이 원하면 언제든지 협상을 하기로 약속했다. 관세나 세제 등 핵심사안은 사실상 한시적인 합의라고 봐야한다. 미제차의 한국판매가 신통치 않을 경우 미국은 언제든지 재론할 수 있도록 여기저기 고리를 걸어놓은 것이다. "외국산 자동차 배격운동에 신속히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소유자에 대한 세무조사 등 차별적인 조치를 배제한다"는 소위 "소비자 인식개선"에 관한 부분도 문제다. 정부차원의 통상협상에서 민간소비행태에까지 언급한 것은 아무리 IMF체제에서 한국의 입지가 좁다고 하지만 지나친 감이 없지않다. 이동우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