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목적세 정비 반대 없어야..손광락 <영남대 교수>

손광락 얼마전 정부는 98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그중에서 특히 목적세의 정비와 관련해 정부와 이익단체들 간에 뜨거운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세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목적세는 교통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가 있다. 이들 모두 우리나라가 IMF국난을 당하기 이전에 당시로서는 가장 우선적으로해결돼야 했던 과제들인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교육의 내실화, UR타결에 따른농어촌 경쟁력 강화 등을 목표로 신설된 세목들이다. 목적세는 증세요구가 있을 때 세부담 증가에 따른 국민의 조세저항을 약화시켜 주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목적세는 특정재원을 특정용도에만 사용되도록 제한함으로써 기존 목적세의 용도보다 더 우선순위가 높은 지출용도가 발생했을 때에도 예산의 용도를 우선순위에 따라 재배분할 수 없게 하는 소위 재정의 경직성을 초래하는 단점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사상초유의 세수부족에다 구조조정, 실업대책 및 경기회복을 위한 거액의 재정소요가 발생하게 됐다. 현재의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거액의 재정소요를 충당하기 위해 증세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리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남아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부족하나마 현재 이용가능한 재원을 최대한 신축적으로 운영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될 것이다. 현재의 재원을 예산사업의 변화된 우선순위에 따라 재배분해야 할 것이다. 목적세의 존재로 인한 현재의 칸막이식 재정운용에서 탈피, 목적세를 본세에흡수해 국민의 부담은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확보된 재원을 변화된 우선순위에따라 재배분하고 목적세를 폐지하고자 한 이번 세제개편안의 방향은 올바른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목적세 관련 이익단체들의 목적세 폐지에 대한 반대투쟁도 매우 격렬하게 나타나고 있다. 교육개혁이나 농어촌구조개선 등은 불과 몇년 전에 정부가 국민과 한 약속인데 이를 하루아침에 폐기한다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IMF국난을 맞아 교육이나 농어촌 분야의 재정적인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는 주장이다. 그러한 주장들은 사실과 부합하며 상당한 설득력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건국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교육이나 농어촌 구조개선 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세금을 더 올릴 수 없어 재원은 제한돼 있다. 교육이나 농어촌 구조개선보다 더 시급한 해결을 기다리는 실업문제와 산업구조조정, 그리고 경기회복을 위해 현재 다른 용도에 사용되는 재원을 이 분야로 돌려서 사용하지 않고는 건국이래 최대의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목적세 관련 이익단체의 지도자들도 우리경제 전체는 어떻게 되든 자신의 이익만을 지키고자 하는 편협된 안목을 가진 분들은 아니라 생각된다. 우리경제의 어려움에 동참하는 포용력과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거기에 더하여 현행 우리나라의 목적세는 과세체계가 복잡해 국민들이 세법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고 과세당국의 징세행정비용을 과다하게 할 뿐아니라 외국과 통상마찰의 요인이 되거나 외국인투자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교육세는 11개 본세의 세목에 부가하여 과세되고 있다. 농어촌특별세는 7개 본세의 세목에 부가해 과세되고 있다. 또한 과세대상은 납세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어떤 것은 심지어 조세감면분을 기준으로 과세하고 있다. 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를 정부안대로 정비하는 경우 승용차 구입에 따른 세금은 7가지에서 4가지로, 토지취득시의 세금은 4가지에서 2가지로 줄어들어 국민들의 납세절차가 크게 간소화된다. 정부의 세금징수노력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또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투명성이 크게 제고돼 자동차및 주세협상에서 보는 바와 같은 외국과의 통상마찰이 해결되고, 외국인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제는 경제논리에 따라 경제효율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할 것이나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단기적으로 어느정도 손해를 보는 집단도 발생하게 된다. 98년 세제개편안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목적세 관련단체들도 조금만 현재의 고통에 동참하면 장기적으로는 자신들에게도 이익이 됨을 인식하고 목적세의 정비에 흔쾌히 동의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