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창간 34돌] 기업 : 불황 이겼다 .. '랭스필드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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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통의 중견 골프클럽업체인 프랑스 "리옹골프"가 올해초 갑자기 간판을 "랭스필드 프랑스"로 바꿔 달았다. 한국 골프용품업체 "랭스필드"의 프랑스 현지법인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동안 자기 브랜드로만 클럽을 팔아온데다 골프장까지 갖고 있는 리옹골프이고 보니 프랑스 사람들은 적잖게 놀랐다. 리옹골프가 랭스필드 프랑스가 된 뒷얘기는 이렇다.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랭스필드 양정무 사장은 올들어 특히 유럽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했다. 우선 유럽 교포를 홍보과장으로 뽑아 바이어들과 만나게 했다. 또 한편으로는 거의 모든 골프 브랜드들에 자사 견본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반응이 왔다. 프랑스에서 랭스필드 견본을 본 리옹골프의 듀브크 시릴(33)사장이 한국을 찾아온 것이다. 그동안 주로 대만업체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주문을 해오던 그가 이번엔 한국제품을 사기로 마음 먹은 것이었다. 그전까지 한국산 골프채는 대만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뛰는 달러값덕에 올들어선 품질만 따라주면 높은 이윤을 보장하는 상품이라고 본 것이다. 물론 시릴 사장은 "리옹골프" 상표를 달아달라고 주문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양 사장은 랭스필드 상표가 아니면 한 자루도 내보내지 않겠다고 배짱을 부렸다. 양 사장은 품질은 물론 가격면에서 경쟁국에 비해 월등한 점을 들어 설득에 나섰다. 두 사람은 1주일간 잠자는 시간을 빼놓고는 전부 함께 했다. 본사 매장은 물론 협력공장까지 같이 가 생산공정과 제품 특성 등 모든 것을 공개했다. 골프채 샤프트를 그 자리에서 잘라 내부소재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결국 리옹골프 사장은 랭스필드의 현지법인이 된다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리옹골프, 아니 이제는 랭스필드프랑스가 된 이 회사에 한국 본사는 1차로 90만달러어치를 실어 보냈다. 올해 전체로는 약 3백만달러어치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