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창간 34돌] 기업 : 불황 이겼다 ..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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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기업중에는 한우물을 파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변신을 거듭하는 회사도 있다. 반도체 부품업체인 세종(대표 최종식)은 후자에 속한다. VTR 및 캠코더 부품업체에서 반도체의 손.발이라고 불리는 리드프레임 생산업체로 업종을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세종이 VTR 부품사업 등을 완전정리, 업종전환을 끝낸 것은 지난해 초. 불과 2년이 채 안된다. 더욱이 작년부터 드리우기 시작한 불황의 그림자가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이후 더욱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이같은 악조건에서 신규사업을 안정적인 주력사업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세종이 작년에 리드프레임과 TFT-LCD용 램프커버 및 새시 등 신규 아이템으로 거둔 매출액은 1백30억원. 올해엔 이미 1백8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연말께면 2백5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작년실적의 2배가 되는 것이다. VTR와 캠코더 부품업체로 잘 나가던 지난 90년대초 외형(70억원)에 비하면 3배를 넘는 것이다. 감원을 하는 다른 기업과 달리 올들어서만 40여명의 인력을 새로 채용했다. 공장도 풀가동하고 있다. 휴일을 제외하곤 12시간씩 2교대로 기계를 돌리고 있다. 시화와 반월공단에 각각 위치한 2,3공장에서 매달 생산되는 리드프레임만 무려 5억여개. 리드프레임도 초기의 트랜지스터(TR)형에 이어 IC형, 지난 7월부터는 LOC형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대기업들이 작년부터 내놓기 시작한 첨단 리드프레임이다. 이 회사의 성장성을 간파한 한국종합기술금융은 작년 9월 17%의 지분을 인수했다. 세종의 불황타파 비결은 변신자체에만 있지 않다. 변신과정에서의 기술개발 노력과 엄격한 품질관리가 뒷받침된 덕분이다. "VTR와 캠코더 부품이 90년대초반이후 급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최 사장은 부품이 줄어든 이유가 반도체 때문이라는 얘기를 듣고 업종전환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규사업 진출이 쉽지 않았다. 중소기업이 만든 부품은 판로확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무용지물. "외국제품보다 싼값에 공급할 수 있는 양질의 부품을 만들면 꼭 사주겠다"는 약속을 미리 받아내기 위해 대기업 담당자들을 찾아 다녔다. 중소기업은 할 수 없는 품목이라는 얘기에 최 사장은 "사람이 하는 것 아니냐"며 물고 늘어졌다. 그러기를 1년여. 결국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아 지난 95년 중반 트랜지스터형 리드프레임을 개발, 생산에 들어갔다. 지금은 반도체 3사에 납품하는 것은 물론 대만과 홍콩등에 직수출을 추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리드프레임을 성공적으로 납품한 세종은 이어 TFT-LCD용 새시와 램프커버 개발에도 나섰다. 이들 부품은 작년초부터 1공장에서 생산돼 일본제품을 대체하고 있다. 이들 부품이 잘 팔리는 것은 품질의 우수성 덕이다. 이는 품질실명제까지 동원한 세종의 엄격한 품질관리에서 비롯된다. 이 회사 공장에는 "달성했다 만족말고 지켜나가자 1백PPM"과 같은 품질관리 표어가 곳곳에 붙어있다. 세종은 1백만개중 불량품이 1백개이내인 1백PPM을 이미 96년에 달성했다. 품질향상에는 이 회사의 독립채산제도 큰몫을 했다. 3개 공장의 공장장에게 사장에 준하는 파워를 준 것. 실적에 따라 연말 상여금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공장간 생산성 경쟁이 치열하다. 최 사장이 올여름 노조로부터 감사패까지 받을 정도로 원만한 노사관계에 신경을 많이 써온 것도 품질향상에 기여했다. "항상 3년앞을 내다봐야 한다"는 최 사장은 한번의 성공적인 변신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2차전지 부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