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창간 34돌] 기업 : 불황 이겼다 .. '남양 키친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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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들에게 주전자에 대해 물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가 "키친플라워"다. 일반인보다 실제 수요자로부터 사랑받는다는 얘기다. 디자인과 기능도 다양하다. 나비처럼 생긴 나비주전자를 비롯 종달새 연꽃 소라 등 자연소재를 제품에 응용하고 있다. 물이 끓을 때 도미솔 화음이 나오는 하모니카도 있다. 남양키친플라워(대표 서달용)는 주방용품 전문업체다. 생산품목은 주전자 전기밥솥 압력솥 전자레인지 등. 그중에서도 50여종의 제품을 내놓고 있는 주전자부문은 독보적인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해외소비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주전자로만 한해에 1천만달러가 넘게 벌어들인다. 전기밥솥 등 다른 품목까지 합하면 연간 수출규모가 2천5백만달러가 넘는다. 지난해에도 연간 매출액의 79%를 수출부문에서 달성했다. 미국 최대의 주방용품업체인 코닝사를 비롯 캐나다 유럽 동남아 남미 등 30여개국의 바이어들이 이 회사 제품을 수입판매하고 있다. 국내 주방업체들이 경영난과 부도위기를 겪고 있지만 이 회사는 주문이 몰려 눈코뜰새가 없다. 절대 무리하지 않는데다 하나의 사업에 전력하기 때문이다. 지난 65년 남양스텐레스공업사로 출발한 이 회사는 33년동안 벌어들인 한도내에서 투자한다는 철칙을 지키고 있다. 호황기에 빚을 얻어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는 다른 업체들을 보면서도 생산라인에 맞는 만큼만 만들어냈다. 또 주방용품외에는 전혀 눈길을 주지 않고 묵묵히 한 사업분야에만 전념하면서 생산품목을 늘려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업분야에 무리하게 진출했다 힘없이 무너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회사가 IMF관리체제시대에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리는 데는 이러한 인고의 노력이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남양키친플라워는 다른 회사와 달리 불황기를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삼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89년 자체 브랜드로 개발한 "키친플라워"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회사보다 유명해지자 올해 7월 아예 회사이름을 남양키친플라워로 바꿨다. 브랜드와 상호를 통일, 국내외 소비자에게 더 잘 알리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수출시장 다변화와 함께 생산아이템도 확대하고 있다. 우선 해외시장을 지역별로 차별화하고 선진국 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소득수준이 낮은 동남아와 중남미지역은 중가품목으로 공략하고 미국과 유럽시장은 중고가제품으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이를위해 주요 수출품인 주전자 전기밥솥 등 기존 제품을 다기능 고가품 위주로 전환, 선진국 업체들과의 본격 경쟁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개발력을 바탕으로 일본 트윈버드와 기술제휴를 통해 전기밥솥과 전자레인지 콤비쿠커 등을 개발, 주전자를 대체하는 주력상품으로육성할 계획이다. 올해안에 출시되는 이 제품들은 신규시장 개척의 첨병으로 선진국 시장에서 돌풍이 예상된다. 아울러 미국 듀폰의 실버스톤 마케팅기법을 도입, 알루미늄프라이팬 판매확대 등 다양한 전략도 마련하고 있다. 이 회사는 소사장제를 활성화, 사원들에게 동기부여와 능력개발의 기회를 주고 있다. 서달용 사장은 이미 종업원 2백명 가운데 3분의2를 소사장으로 앉혔다. 성형 프레스 용접 연마 전해세척 블레이징 등 각 공정이 소사장들에 의해 운영된다. 자기책임하에서 일정부문을 담당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애사심이 생기고 스스로 관리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윈-윈(win-win)전략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