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창간 34돌] 기업 : 첨단기술 승부 .. '디지타워'
입력
수정
디지타워(대표 이혜정)는 하이터치 상품으로 불황을 뚫고있는 벤처기업이다. 게임소프트웨어 업체인 이 회사가 내놓는 상품은 하나같이 톡톡튀는 아이디어가 담겨있다. 창업한지 2년이 채 안됐던 작년 6월 디지타워는 일본 열도를 열광시킨 미니게임기를 선보였다. 일본 반다이를 통해 2백30만개를 공급한 포켓비스켓이 그것. 공급이 달리자 1천9백80엔짜리가 프리미엄이 붙어 8천엔에 팔리기도 했다고 한다. 사용자가 3명의 인기가수를 관리하면서 2주안에 인기차트 1위로 올리는 것이 게임 내용이다. 이 회사 개발 및 해외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서승훈 사장은 "달걀에서 닭을 만들어 내는 다마고치 게임기를 보고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디지타워는 올해에도 하이터치 신상품을 계속 내놓고 있다. 컴퓨터를 쳐다 보면 눈이 좋아지는 시력교정용 소프트웨어와 일반 리모컨으로 게임을 즐길수 있는 TV내장형 소프트웨어 등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TV에서도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는 VR비디오시스템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 일본 3D이미지에 5백세트를 수출했다. 다이어트 관리기능까지 부여된 만보기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따라 96년 8억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 매출은 작년 미니게임기 돌풍에 힘입어 76억원으로 급증한데 이어 올해엔 1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공공기관 및 대기업과 공동마케팅 체제를 갖춰 2백억원까지 매출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중 절반이상은 수출로 달성할 계획이다. 작년에도 수출비중은 57%에 달했다. 서 사장은 "세계시장을 겨냥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아이디어 수집처는 책과 전시장이다. 월1회이상 해외출장을 가는 서 사장은 전시회가 열리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간다. 그래서 그의 책상에는 항상 전시회에서 챙겨온 갖가지 팸플릿이 쌓여있다. "모든 발명은 모방에서 시작한다"는 자신의 얘기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내놓는 하이터치 상품은 단순모방이 아니다. 차별화된 모방이야말로 그의 아이디어가 갖는 생명이다. 서 사장은 골드러시에 한발 앞서가든지 아예 옆길로 가라고 조언한다. 확실히 차별화돼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서 사장은 사업을 처음 할때부터 남과 달랐다. 그가 처음 창업한 기업은 IBM의 중고 중대형컴퓨터를 수입판매하는 KBM. 정부를 설득, 법령을 고치면서까지 사업을 시작할 정도로 개척자적인 기질이 강하다. 그러나 KBM이 거래업체의 부도로 연쇄부도에 휘말리면서 그는 큰 시련을 맞게된다. 일본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던 그는 93년 재기를 위해 맨손으로 일본땅을 다시 밟는다. 거기서 평소 친분이 있던 일본 도쿄상사 사장의 도움으로 멀티미디어사업부장으로 3년간 일한다. 이 사업부를 흑자부서로 돌려놓은후 퇴사, 귀국한 그가 95년말 세운 회사가 디지타워다. 대표이사를 맡은 이혜정 사장은 포스데이타의 컨설턴트를 지낸 전문가로 작년말 합류했다. "한번 부도를 낸 기업의 대표였다는 사실이 사업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서 사장은 "부도라는 꼬리표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금융권의 시각이 안타깝다"며 "실패를 관용하는 풍토가 아쉽다"고 말했다. 만보기 등을 중심으로 오는 2000년 액정 미니게임기 전세계 시장의 10%를 점유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는 디지타워가 또 어떤 하이터치 상품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