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창간 34돌] 기업 : 첨단기술 승부 .. '테크밸리'

"오랫동안 낮게 웅크릴수록 멀리 뛴다" 테크밸리(대표 김성헌)를 보면 이런 속담이 떠오른다. 지난해 5월 설립된 이 회사는 X레이를 이용한 신개념의 분석검사장비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이다. 지금까지 매출보다는 연구개발에 온힘을 쏟아붓고 있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실제 기능이 안정되지 않은 제품은 시장에서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섣불리 제품을 내놓았다가 회사 이미지와 신용만 금가고 결국 회사문을 닫는 업체들을 숱하게 보아왔던 터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아파트형공장에 있는 테크밸리의 연구실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신제품 개발과 성능보완을 위한 작업이 계속된다. 현재 연구인력은 김성헌 사장을 비롯 총 4명. 연구개발과 함께 생산까지 책임진다. 모두 금오공고 출신의 엔지니어들이다. 이들의 강점은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책상머리가 아니라 실제 생산현장에서 얻은 기술이다. 김 사장은 "용접 선반 밀링은 물론 용접선도 만질줄 아는 전천후 연구원"이라며 "학위소지자를 쓰려 해도 전기전자 생명 화학 등 종합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 회사가 이미 발표한 개발품은 휴대용X레이투시기 산업용비파괴검사기 극초순수제조기 비디오줌현미경 반도체생산용고압수은램프 자외선.가시광선분광광도계 등. 대부분 김 사장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져 특허출원까지 마친 아이템들이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휴대용X레이투시기와 산업용비파괴검사기. 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로부터 X레이단층검사시스템을 기술이전받아 테크밸리에서 자체 개발한 저에너지발생형 X레이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이 장비들은 의료용 X레이원리를 이용해 인체는 물론 동물과 각종 구조물 내부를 투시, 모니터로 내부상태를 검사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휴대용의 경우 필름식이 아닌 전자감응식이기 때문에 실시간 입체영상 관찰과 이미지 저장도 가능하다. X레이용량이 기존 의료용 제품(4~5kW)보다 훨씬 낮은 25~60W로 사람에게 해롭지 않다. 별도의 시설도 필요없어 구급대 병원 보안검사용으로 다양하게 사용할수 있다. 또 산업용은 각종 몰딩제품의 내부를 비파괴검사할수 있는 장비로 산업체부품부터 설비까지 이상유무를 분석할수 있다. 특히 휴렛팩커드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반도체리드프레임 등 초정밀부품을 단층검사할수 있도록 개발됐다. 현재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이들 제품을 국산화함으로써 막대한 수입대체효과와 수출이 발생할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값은 외국제품의 30~50%선으로 품질과 가격경쟁력도 우수하다. 테크밸리는 이를위해 연말까지 제품안정화 작업을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내년 매출예상액은 30억~40억원. 지난 9월 미국 LA에서 열린 파사디나 국제발명전시회에 참가, 호평을 받았으며 바이어도 확보했다. 또 독일 스위스 인도 아랍에미리트 등에서도 예약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김 사장은 미국 의료기기 업체와 현지생산방안도 협의중이다. 이 회사의 상호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기업이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김성헌 사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테크밸리를 생산보다 핵심기술을 보유한 연구개발(R&D)전문회사로 키우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