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동정없는 세상'..희망잃은 젊음들의 공허한 사랑

현대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배경은 80년대말의 우울한 파리. 불황으로 실업자는 늘어나고 젊은이들은 희망을 잃었다. 남자는 대학중퇴생. 미래에 대한 꿈도 삶에 대한 열정도 없다. 마약거래로 푼돈을 버는 고교생 남동생에게 얹혀살면서 그저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다. 여자는 러시아경제를 전공하는 수재이자 동시통역사. 그녀에게도 미래는 밝아보이지 않는다. 언젠가 다가올지도 모를 성공을 위해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갈 뿐이다. 그들이 만나 사랑을 한다. 길거리에서 오고가며 만나 잠깐의 몸짓에도 흐뭇해하고 때로는 육체를 탐닉한다. 남자의 헛헛한 웃음은 가끔 시가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은 달라지는게없다. 마약 포커 그리고 설탕없는 모닝커피까지 모든 것은 박제된 것처럼 무감각하다. 여자가 미국대학에서 강의를 초청받는다. 남자는 그녀를 따라가려고 하지만 운명이 가로막는다. 세월이 흘러 두사람은 다시 만난다. 하지만 흘낏 돌아볼 뿐 사랑 역시 미래를 기약하지는 못한다. 남자는 이뽈리트 지라르. "마농의 샘"에서 엠마뉴엘 베라르의 남편역으로 나왔던 배우. 뾰족한 턱이 대리석 조각같은 느낌을 준다. 여자는 미레이유 페리에. "소년 소녀를 만나다" "토토의 천국" 등에 출연했다. 프랑스 누벨이마주의 마지막 기수라는 에릭 로샹이 메가폰을 잡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