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너랑 나랑 .. 서정원 <대양바이오테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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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 지도층인사까지 포함된 고액과외 문제로 교육계가 매우 시끄럽다. 그렇게 까지해서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지난 10여년간 대학에서 강의도 해온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온실속의 화초처럼 부모의 보호아래 성장한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자녀 본인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주위의 체면과 부모들의 극성 때문에 떠밀려서 들어온 대학이라면 수업에 애착이 갈리 만무하다. 교우관계도 이해와 양보보다는 모두가 자기위주뿐이다. 교수들이 어떻게 해보기에는 이미 때가 늦은 경우가 많다. 그런 학생들은 사회에 나와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가 있다. 우리나라 교육제도 때문이라고 탓할 수 도 있을게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가정교육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어릴적에는 부모님이 농사짓느라 눈코뜰새 없으니 학교수업을 마치고 오는길에 친구네 집에서 함깨 숙제를 하면서 배가 고프면 한 그릇의 보리밥도 절반식 나눠먹고 그래도 부족하면 무우나 고구마를 한뿌리씩 깎아 먹곤 했다. 가보지도 못한 도회지 얘기를 나누면서 꿈과 상상도 키웠었다. 지금 아이들은 어떤가. 아침에 눈뜨는 시간부터 밤늦게 잠자리에 들때까지 무슨 수업 무슨 레슨 많기도 하다. 선생들이 돌아가면서 주입식으로 넣어주는 지식을 메모리 용량이 초과할때까지 매일 저장해야하니 스트레스를 받을만도 하다. 올초부터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녀석이 어느 토요일 오후 학교 친구를 한명 데리고왔다. 지방에서 작년에 서울로 온 젊은 담임선생이 제안해 매월 한 번씩 자기네반 친구들끼리 제비뽑기를 한후 번호가 맞는 친구와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밤늦게까지 숙제와 게임도 하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곤 이것이 정말 참교육의 시작이 아닌가하고 생각해봤다. 이제부터는 아이들을 온실속에서 바깥세상으로 훌훌 날려보내보자.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아이들과 고구마라도 쪄 먹으면서 함께 놀아주리라.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