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창간 34돌] '수출만이 살길이다' .. 제2건국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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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중이던 지난 6일. 김대중 대통령은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플라스틱 금형공장인 (주)성오를 찾았다. 김 대통령은 수출납기를 맞추느라 휴가도 반납하고 작업중이던 김원조 사장과 근로자들을 격려하면서 "경제위기를 하루 빨리 극복하는데는 수출증대가 지름길"이라고 여러번 강조했다. 대통령은 "특히 중소수출기업을 돕기 위해 가능한 정책들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통령은 지난 9월8일에는 과천의 산업자원부를 직접 방문, "하반기 수출대책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연두순시를 빼고 수출을 독려하기 위해 주무부처를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대통령은 이날 "수출을 증가세로 돌려 놓기 위해 매달 수출현황과 지원태세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순시 때도 주로 수출업체에 들러 일선의 애로사항에 귀를 기울였다. 김 대통령은 수출에 관한한 과거 60~70년대 "수출입국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꼼꼼하게 챙긴다. 그냥 자주 살피는 정도가 아니라 월별 수출실적과 무역수지 등 관련 계수까지 일일이 따진다. 지난달 수출대책회의에서도 "수출액이 줄고있으나 물량으론 20%이상 늘고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진단하고 "세계최대의 농산물 수입국인 이웃 일본시장 진출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주문까지 했다. 대통령의 수출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지대한 것은 수출을 늘리지 않고선 경제위기돌파가 "공염불"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구조상 경기부양에서부터 외채조기상환에 이르기까지 위기극복의 실마리를 수출에서 풀어낼 수밖에 없다. 수출은 제2건국의 지름길이다. 정부가 올해 "무역흑자 4백억달러"를 마지노선으로 잡고 총력전을 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5% 늘어난 1천4백30억달러는 돼야 한다. 수입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수출이 최소한 작년 수준(1천3백62억달러)은 돼야 흑자목표를 달성할수 있다. 하지만 실제 수출실적은 지난 5월이후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다. 수출주무 부처인 산업자원부의 박태영 장관은 "수출없이 미래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뇔 정도로 수출증대는 절박한 과제다. 대통령의 산업자원부 방문 직후 범정부 차원의 수출비상대책반이 가동됐다. 산업자원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등 유관부처와기관은 물론이고 건설교통부 농림부 문화관광부까지 참여했다. 제조상품뿐만 아니라 건설수주에서부터 문화상품에 이르기까지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전분야에 걸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복안이다. 자동차 반도체 철강 섬유 농산물 건설 등 품목별 담당관을 정하고 매달 10, 25일 두차례씩 점검회의를 연다. 회의결과는 청와대에 보고된다. 주관부처인 산업자원부는 관련부처와 기관들을 효과적으로 독려하기 위해 이들의 업무특성을 살린 개별보고양식까지 만들었다. 해외무역관과 공관까지 동원한 지역별점검체제도 구축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무역관은 물론 해외공관까지 가세, 지역을나눠 맡고 새 시장개척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미국 2백45억달러, 일본 1백32억달러, 중국 1백28억달러, 유럽연합(EU)3백2억달러, 아세안 1백64억달러 등으로 지역별 수출목표도 할당됐다.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의 경우 미주 아주 구주 등으로 지역별 수출점검반을편성, 관련부처와 협조체제를 구축했다. 부처별 수출목표도 할당됐다. 반도체 통신기기 등 주력 상품이 많은 정보통신부의 할당액이 2백98억달러로단연 톱이다. 그 다음 건설교통부 60억달러(해외공사 수주), 농림부 22억달러, 해양수산부14억달러 순이다. 보건복지부에도 6억2천만달러의 수출목표가 할당됐다. 의약품 한약재 위생용품 화장품업계의 수출지원을 책임지기로 했다. 수출과는 담을 쌓고 지냈던 문화관광부도 3억3천만달러의 목표를 채우기위해 관련업계를 독려하고 애로사항을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 출판 영화 애니메이션 비디오게임 음반 방송물 등이 주력으로 선정됐다. 이들의 수출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21세기 수출주력으로 키우기 위한 환경조성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최근 박태영 산자부 장관이 국산 SF영화 "용가리"를 찍고 있는 개그맨 출신 제작자 심형래씨를 직접 만나 벤처자금알선을 약속한 것도 수출가능성을 평가했기 때문이다. 농림부도 일본백화점과 국내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주선키로 하는 등 농산물수출촉진에 나섰다. 은행의 몸사리기로 수출발목이 잡히는 문제는 재경원과 한국은행이 책임지고해결하기로 했다. 수출보험공사도 수출보험과 신용보증을 적극적으로 지원, 은행들이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수출자금 대출을 할 수 있는 길을 넓히기로 했다. 산업자원부는 무역협회 등 업종별 단체를 통해 은행의 수출입 신용장 개설상황, 수출환어음 매입실적, 환가료 인하 등 금융권의 수출지원 실태를 주간 단위로 점검한다. 결과는 청와대까지 바로 보고된다. 정부 수출지원기관 금융기관 업종별단체까지 망라된 "제2 수출입국"을 위한전략체제구축은 일단 합격점이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로써 모든게 잘 풀린다는 보장은 없다. 아직 돈줄을 쥔 은행 일선창구가 정부의지나 업계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고있다. 불황이 워낙 깊어 수출제조기반의 불안도 여전하다. IMF체제이후 철강 등 일부 품목의 수출물량이 급증하면서 한국상품에 대한외국의 수입규제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나라 안팎에서 고무적 요인들이 잇따르고 있어 정부와 업계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로 현재 1백10엔대의 엔.달러 환율이 당분간 강세를 유지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렇게되면 한국수출상품의 국제경쟁력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분석한다. 국내에서도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노사분규가 잠잠해지면서 자동차 등 몇몇 주력상품의 수출이 원기를 되찾고있고 보따리 무역창업이 줄을 잇고 있다. 수출마인드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수출드라이브의 실무사령탑인 오영교 산업자원부 무역정책실장은 "해외시장변수들이 문제"라면서도 "연말까지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나면 침체국면을탈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특별취재팀 : 이동우(팀장) 정구학 허귀식 김수언 정태웅 김인식(경제부) 채자영 강현철 박기호 이익원 노혜령(산업1부) 김낙훈 오광진 정한영(산업2부) 남궁덕 최승욱 김희영(사회1부) 방형국(사회2부) 오춘호 김재일 이영훈(문화레저부) 손희식 기자(정보통신부) 김경식 김영근 이학영 특파원(국제부)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