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창간 34돌] 뉴프런티어 : 영구아트무비 '용가리'

영구아트무비의 SF영화 "용가리"가 영화계에서 화제다. 영화가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1분짜리 데모필름(예고편) 하나만으로 벌써 2백70여만달러의 판매계약을 맺었다. 한국영화가 지난 30년 동안 수출한 것과 비슷한 액수의 외화를 단숨에 벌어들인 것이다. 용가리는 내년 5월초 미국에서 먼저 개봉될 예정이어서 현지반응에 따라 수출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심형래 사장은 "3천만달러는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화제작비는 1백억원으로 추산된다. 용가리는 제작비조달방법이 다양하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수원시가 10억원을 투자하고 외국자본도 45억원 정도가 참여했다. 명실상부한 다국적 제작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용가리는 국내 영상물 수출의 새로운 전형을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보다는 해외시장에서 먼저 상품가치를 인정했고 사전판매(프리세일즈)방식이라는 국제적 관행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용가리가 이처럼 성공한데는 우선 타깃시장을 정확히 설정한게 주효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용가리가 노리는 시장은 메이저영화와 B급영화의 틈새다. "쥬라기공원"처럼 수천만달러가 투자된 대작과 저예산 독립영화사이의 빈공간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닌자거북이" 등이 그예다. 여기엔 "예술"을 내세운 극영화가 아니라 SF영화라는 점도 작용했다. 심 사장은 "SF는 재미있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쉽고 성공률도 높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시장이 좁다고 한탄만 한게 아니라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기획했다. 또 영어대사에 외국인 배우를 기용했다. "실패한다고 두려워만 한다면 세계시장에 내다 팔 영화를 언제 만드냐"고 심사장은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