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포브스지 기고'] '경영 틀' 바뀐다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 산업구조의 혁신,사회 구성원들의 의식 변화 등으로 기존 경영방식이 도전을 받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행정기관들은 21세기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 현대 경영이론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지금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야할 시기"라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발행된 미국의 포브스지에 기고한 글에서 지금까지의 경영이론 또는 경영방식을 역사적으로 고찰한 다음 경영 패러다임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21세기 경영 패러다임을 요약한다. ======================================================================= 현재 유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경영이론은 새로운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는 기존 경영이론들이 그릇된 전제와 가정들을 바탕으로 수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전제들은 50여년 전에 수립됐다. 많은 것이 변한 지금, 이들 전제는 오히려 경영의 경직성을 초래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은 다음과 같은 새로운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수립돼야 한다. 경영의 대상은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는 경영을 단지 "기업경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그릇된 발상이다. 지난 30년대 이전의 경영이론은 군대 행정기관 교회 기업 등 모든 조직을 대상으로 했다. 1930년대 대공황기를 지나면서 이같은 경향은 바뀌기 시작했다. 경제난이 가중됨에 따라 경영이론은 기업조직에 국한돼 연구되기 시작했다. 21세기 고도화된 사회에서 가장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행정 건강교육 등이다. 또 가난 국제갈등 등이 국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21세기 경영이론은 이 분야를 다시 연구대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조직 구성에 왕도란 없다 =제1,2차 세계대전을 지나면서 조직 구성은 "중앙집권(centralized)식" 체제를 최고선으로 받아들였다. 대규모 군사를 이끌고 전쟁을 치러야 했던 데서 나타난 방식이다. 그러나 경영의 무게중심이 기업으로 옮겨지면서 "권력분산(decentralized)"식 경영이 이를 대체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시장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의사결정권을 하부로 이양했다. 최근 수년간은 각 팀이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팀제"가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 어느 것도 "최고의 방식"이라고 말할수 없다. 팀조직은 생산성 향상에 효율적이지만 위기에 직면했을 때는 중앙집권식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외환관리 분야는 중앙집권식이 효율적이다. 개인별로 서로 다른 외환 포지션을 결정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을 접하는 분야는 팀제가 효율적이다. 매일매일 변하는 소비 환경에 맞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인간관리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인간관리 이론의 양대축은 "X이론"과 "Y이론"이다. 전자는 "인간은 일하기 싫어하는 속성이 있으므로 철저히 통제 관리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후자는 그와 반대이다. 그러나 어느 것도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경제구조가 다양화되면서 기업들은 종업원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아웃소싱(외부위탁)" 방식을 늘려가고 있다. 전문 계약직도 늘어가는 추세다. 고용 직원들 중에서도 전문직이 많다. 이들은 관리자보다도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 최고경영자는 이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대안은 "협력자(associate) 관계"이다. 직원들을 부하가 아닌 협력자로 인정하라는 얘기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단원들의 고유 능력을 인정, 협력자로 받아들여야 화음을 창출할 수 있다. 조직원은 끊임없이 성취감을 요구한다. 그들은 복지수준이 높아지면서 성취욕을 중요한 직업동기로 생각한다. 직원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목표를 심어주고 그들이 목표를 성취하도록 도와주는건 경영자의 몫이다. 이는 "X이론", "Y이론"으로는 설명할수 없다. 산업간 장벽이 허물어진다=기술은 산업의 장벽을 넘어 유통되고 있다. 플라스틱과 유리가 철강제품을 대신할 수 있다. 신문업체가 방송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곧 지금은 고객이 아닐지라도 미래에는 우리 기업의 고객이 될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병원 행정기관 대학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여러 상품중에서 가장 큰 가치를 얻을수 있는 제품을 고른다. 일본 가전업체들은 지난 50년대 일본국민들이 값비싼 TV를 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외부와 접촉할수 있는 여러 상품중 TV를 먼저 골랐다. 일본기업은 이같은 소비행태 파악에 실패했다. 조직간 종속관계가 사라진다 =기업의 경우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종속되는 형태가 많다. 대기업은 중소 부품하청업체의 상품기획을 관리 지시하기도 한다.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에서도 이같은 형태는 존재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부품업체의 고유 기술수준이 향상되면서 허물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앞세워 대기업에 "반항"할 수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기술발전에 따라 대기업의 생산방식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정보기술 금융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 현상이다. 그들은 종속자가 아니라 "파트너"로 인식돼야 한다. 이는 곧 경영이론의 범위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은 소속 조직뿐만 아니라 관련 외부 조직으로 확대돼야 한다. 기업의 경우라면 생산과 관련된 다른 기업들도 경영의 대상으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미국 건강유지기구(HMO)를 예로 들자. 이 기구는 병원이나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HMO는 관련 병원을 연결,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HMO가 관련 병원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경영과 "기업가정신"은 불가분의 관계다 =기존 경영은 "조직의 효율적인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발전의 모티브를 제공하는 외부 환경은 도외시됐다. 이는 경영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분리한데서 나타난 오류다. 조직은 내부 여건보다는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로마 카톨릭은 사회 환경 변화에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 오늘날까지 명맥을유지하고 있다. 끊임없이 외부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조직 만이 성장할수 있다는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경영자들은 끊임없이 신기술, 새로운 서비스를 창조한다. 각 조직은 이제 체계적이고도 지속적인 혁신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발전적인 조직운영이 가능하다. 정보기술시스템도 외부 데이터를 내부 자원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체제로 구축돼야 한다. 마켓팅에 있어서도 "무엇을 팔 것인가"라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는 중요성이줄어들고 있다. "누가 우리의 고객인가"라는 외부 고객중심의 마켓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각 조직들은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생산, 공급할 것인가"를우선시할 필요가 있다. 경영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 =경영의 첫번째 임무는 조직이 어떤 결과물(results)을 산출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는 거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 내부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새 패러다임은 이를 바탕으로 짜야 한다. 현대 경제.사회의 성장 원동력은 단순한 기술이나 정보, 생산성 등이 아니다. 오히려 잘 관리된 기관(managed institution)이 성장을 이끈다. 관리된 기관은 목표 결과물을 산출함으로써 사회를 이끌어가는 길을 제시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