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 풀리고 있나] 재경부 '지표호전' 자신감

"신용경색이 풀리고 있다" 그동안 마음을 졸이며 금융시장을 바라보던 재정경제부가 최근들어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은행들의 대출동향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작년말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얼어붙었던 금융시장이 서서히 해동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표상으론 지난 9,10월중 기업들에 대한 은행 대출이 늘어나고 금리도 하향 안정세가 완연하다. 그 결과 어음부도율은 작년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대출이 늘어난다 =올들어 10월까지 은행들의 기업대출잔액은 장부상 10조원이 감소했다. 작년말 1백90조원에서 1백80조원으로 떨어진 것. 그러나 이는 은행들이 대출을 예금과 맞교환(예대상계)해 없애고 부실채권을 매각한 탓이라고게 재경부는 설명했다. 실제로 작년말이후 은행들은 5조1천억원어치의 대출을 예금과 상계했고 12조4천억원의 부실채권을 성업공사에 팔았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기업대출은 오히려 5조5천억원 정도 늘었다는 분석이다. 부문별로는 일반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상업어음 할인은 기업들의 생산 출하 둔화로 올들어 10월말까지 7조6천억원이 감소한 반면 일반대출(신탁계정 포함)은 12조1천억원이 늘었다. 외환위기 이후 2만5천개의 기업이 부도로 쓰러진 것을 고려하면 "살아남은"기업들에 나간 돈은 훨씬 많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9월이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증가는 괄목할만하다. 5대그룹을 중심으로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등 직접금융시장에 몰리면서 중소기업은행에 대한 은행대출 기회는 확대됐다. 중소기업에 대한 일반대출은 9월중 1조8천억원, 10월중 7천억원이 증가했다. 올들어 10월까지 누계로는 총 8조9천억원이 늘었다. 금리가 떨어진다 =지난달말 현재 은행들의 중소기업 일반대출 평균금리는 연13.44%로 집계됐다. 특히 연 15%가 넘는 고금리 대출비중은 지난 8월 전체 은행대출의 절반을 넘었지만 10월엔 이 비율이 12%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연12%이하로 나간 대출비중은 같은기간중 3.2%에서 18% 정도로 올라갔다. 물론 은행 평균 대출금리가 외환위기 이전 수준(연 11-12%)으로 회복되진 않았다. 하지만 점차 내려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부도가 줄었다 =신용경색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최종 지표는 역시 부도율이다. 작년 10월이후 0.4-0.8%대의 "고공비행"을 지속하던 어음부도율(서울)은 9월 0.3%, 10월 0.15%로 떨어졌다. 이는 작년 8월(0.18%)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부도업체 수도 9월이후 하루 40여개사 수준을 유지해 작년 1월(하루평균 45개사)이후 최저다. 재경부 관계자는 "한계기업은 여전히 대출받기 어렵지만 건실한 기업을 중심으로 돈이 돌고 있다"며 "이제 은행들의 인원조정도 마무리됐기 때문에신용경색은 보다 확실히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