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움직인 책] '질라래비 훨훨' .. 한국 정보화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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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플라톤의 철인정치를 기업경영에 적용시키면 어떻게 될까. 철학이나 문학하는 사람이 경영을 하면 어떤 세상이 오게 될까. 대개 이러한 환상은 비현실적이라거나 이상주의라는 조롱과 함께 쓴 맛을 봐야 했다. 그러나 산업사회와 달리 정보사회에서는 문학적 상상력과 철학적 통찰력이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이를 명확하게 보여 준 사람이 "질라래비 훨훨"(PC라인)의 저자 남궁석 삼성SDS사장이다. 저자가 철학을 먼저, 경영학을 뒤에 공부했다는 학력만을 가지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한국학 고문헌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고 인터넷에 사이버 대학을 처음 개설한 그의 개척자적 정보사업은 철학적 비전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경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 책의 모태가 된 사원들과의 E메일은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그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극명하게 전달해준다. 흔히 가상공간에서의 인간관계와 의사소통은 삭막하다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것이 얼마나 따뜻하고 정다운가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보기술을 보수적 한국 경영현장에 과감하게 도입해 참신한 바람을 일으킨 저자의 철학은 수평.수직의 벽을 깨야 하는 우리 기업의 방향을 가리키는 "황금의 화살표"다. 앞을 내다보며 살아가는 철인 기업인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정보사회의 가치관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와 철학의 메시지를 담은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소중한가, 산업사회와 정보사회 양식의 차이가 어떤 것인를 확인하기 위해 이 책을 손에 들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정독하다보면 한 인간과 기업, 한국 정보화의 내부를 세밀하게 볼 수 있는 내시경을 얻게 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