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신용경색 해소와 금리인하 방안' : 토론내용

정부는 최근 부도율이 낮아지고 금리가 하향안정세를 보이면서 신용경색 현상이 해소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여전히 고금리가 계속되고 자금조달난은 오히려 가중되고있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제신문은 이와 관련해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신용경색 해소와 금리인하 방안"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참석자 : 박원암 정건용 정순원 이재일 신영섭 김태일 ] 사회 =정부쪽에선 신용경색이 상당히 완화됐다고 하지만 기업들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은행에선 어떤지요. 이 이사 =전에는 기업을 분석하거나 대출여부를 판단할 땐 캐시플로와 수익성 등을 주로 봤습니다. 최근에는 이 업체가 자금을 어디서 대출받았는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제2금융권이나 부실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업체들의 경우 신용이 떨어져 돈을 빌려주기 어렵게 돼 있습니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지요. 정 전무 =현재 국면은 봄 날씨와 같습니다. 햇살은 따사롭지만 땅은 여전히 굳어 있으니까요. 정부가 노력해 신용경색국면은 다소 완화될 조짐이 있습니다. 기업어음의 경우 지난 9월까지만 해도 A2는 돼야 받아줬지만 요즘은 두 단계 낮은 B등급도 할인해 주는 은행이나 보험사들이 늘었습니다. 회사채 발행요건도 상당히 완화됐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우량기업에만 한정돼있다는데 있습니다. 사회 =가장 타격을 받는 부분이 시설투자이지요. 일부는 지금도 20~30%나 되는 고리의 돈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정 국장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많은 것 같습니다. 지난 7,8월까지만 해도 상당한 신용경색이 있었지만 9월 이후에는 상당히 풀렸습니다. 10월 들어서는 중소기업의 경우 은행대출이 많이 늘었습니다. 부도율도 0.15%까지 내려갔습니다. 1.4분기엔 한달에 3천개 이상 기업이 부도났지만 이제 1천개 미만으로 줄었습니다. 구조조정하면서 시장이 밸런스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적정한 금리에 대출받는 기업들은 아무 소리 안하는데 한계 기업들이 말이 많아 현실이 호도되고 있는 것이지요. 사회 =신용이 좋은 기업이 소수이고 나쁜 기업이 대부분이면 그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요. 정 국장 =신용이 나쁜 기업이 훨씬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은행에 무조건 이런 업체에 대출해 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신용이 나쁜 기업들은 재정을 통해 신용을 보완해 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워크아웃이지요. 정 전무 =자금이 많이 풀리는데도 신용경색이 계속되는 것은 "비우량기업"이 많기 때문입니다. 외상매출로 영업하는게 기업 관행인데 어음이 제대로 할인되지 않다보니 신용이 막히는 겁니다. 비우량 기업 중 상당수는 조금만 정책적 배려를 해주면 금방 우량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신용경색의 또 다른 원인은 은행 중심이던 자금흐름이 IMF 이후 자본시장 중심으로 바뀌었다는데 있습니다. 과거엔 은행과 고객의 인간관계가 중시됐지만 이게 파괴된 것이지요. 회사나 은행이 문을 닫고 담당자가 바뀌었기 때문에 이 관계가 복원되기 전에는 신용경색이 회복되기 어렵습니다. 신 위원 =최근 부도율이 낮아진 것은 부실한 기업이 이제 어느 정도 망했기 때문으로 봐야 합니다. 신용경색이 문제가 되는 것은 실업자가 크게 늘었고 구조조정도 한계에 와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정부는 대기업그룹에 알짜 회사를 팔아 외자를 조달하라고 하고 있지만 대기업들은 자금조달이 쉬운데 무슨 얘기냐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신규외자를 어디서 끌어들일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신용경색의 원인으론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미진한 것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죽일 건 확실히 죽여야 모럴 해저드가 없어집니다. 특히 투신은 언제든지 시한폭탄이 될 수 있어요. 박 교수 =대개 한 나라가 위기를 겪으면 마이너스 5~마이너스 6%의 성장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플러스 성장을 하겠다고 하니까 문제가 생깁니다. 시장에 맡기고 구조조정을 계속해 나간다면 내년에도 마이너스 5% 성장에 그칠 겁니다. 그게 정상적인 코스이지요. 정말 플러스 성장으로 가려면 구조조정만 해서는 안되고 굉장히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합니다. 케인즈는 경기가 마이너스면 "비행기에서 돈을 떨어뜨리라"고 했었습니다. 이 이사 =신용경색현상은 일종의 패닉입니다. 즉 서로 무서워하는 것이지요. 괜찮은 기업인데도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는 이유는 만의 하나 갑자기 부도가 날까봐 두려워서 그런 것입니다. 이런 시기에는 누군가 리더쉽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건 은행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이와 함께 앞으로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기 위해 보증을 선 사람과 금융기관이 책임을 공유하는 방법도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박 교수 =설사 모럴 해저드가 우려된다고 하더라고 돈을 풀어야 할 것입니다.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해 준 것까지 문제가 생긴 사례가 있었던 것은 부정한행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습니다. 신 위원 =통화공급경로가 제대로 확보 안되면 돈은 은행내에서만 돌게 돼있습니다. 모럴 해저드는 선진국에도 있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는 정도가 심할 뿐이지요. 리스크 회피를 위해서도 정답이 없는게 아닙니다. 과거처럼 보증이나 연대보증으로만 돈을 꿔주는 것은 안됩니다. 심사기능을 제대로 갖춰야지요. 사회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과제를 짚어보죠. 정 국장 =외환위기가 없었어도 금융위기는 있었을 것입니다. 외환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은 버릴 수 없는 기본 원칙입니다. 무조건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릴 수 없는 것입니다.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들과 기업간 정보 원활화 등이 절실합니다. 신 위원 =정부가 모든걸 재정자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건 당연합니다.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정책조합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정 국장 =신용경색국면은 기업 스스로가 풀 수 있다면 최선입니다. 그게 안될 경우 금융기관이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게 워크아웃이지요. 나머지는 은행들 스스로 노력해 줘야 할 부분입니다. 사회 =정부가 신용경색을 해소한다며 5대그룹의 회사채 발행을 규제하고있는데 잘 이해가 안됩니다. 그런다고 다른 기업으로 돈이 흘러가는 것도 아닐텐데요. 정 국장 =금감위에 금융시장을 왜곡시키는 그런 조치를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었습니다. 그 문제는 대기업과 주거래은행간 재무약정과 관련을 시키든가 아니면 금융기관의 건전성 평가를 하면 되는 것이지요. 은행이 특정 기업의 CP 회사채 등을 지나치게 많이 보유하지 못하게 하면됩니다. 금감위도 그런 방향으로 방침을 수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이사 =그와 관련해 앞으로 금융기관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문제입니다. 경쟁과 효율성이 평가대상이 될 것이냐 아니냐지요. 경쟁을 배제하면 금융구조조정도 완벽한 해결책이 못될 것입니다. 금융기관도 이제 세계와 경쟁해야 합니다. 시장의 경쟁원리를 정착시키기 위한 은행의 감독기능이 강화돼야 합니다. 자금 및 이자율에 대한 위기 관리제도 등도 빨리 도입돼야 합니다. 신 위원 =무엇보다 금융기관들이 민간부문으로 돈을 흘려보내야 합니다. 은행은 대기업의 경우 돈이 많은데 또 줄 이유가 있으냐는 시각이지만 우리 경제의 구조상 대기업에 돈이 풀려야 중소기업, 가계에도 돈이 흘러가게 됩니다. 정 전무 =신용경색 해소 효과를 보자면 실무선의 지원이 긴요합니다.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시장기능을 우선 살려야 할 것입니다. 기업 스스로도 많은 걸 해야 하지만 상황이 매우 나쁜 편입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가동율을 높이기 위한 경기부양이 필요한 것입니다. 통화당국으로선 물가를 걱정해야 하겠지만 오히려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통화를 풀어서라도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박 교수 =과거에는 모럴 해저드파가 득세했지만 최근에는 구조조정 맹신론자들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업구조조정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부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실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경기부양을 해나가야 올해 겨우 마이너스2% 성장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매출채권의 경우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조치도 필요합니다. 그게 최종대부자 기능에도 부합되는 것입니다. 사회 =신용경색국면이 다소 완화되고는 있지만 경기회복으로 이어가기 위해선 정부가 과감한 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 될 것 같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