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중국방문] 수교 6년 빛과 그림자 : '실패사례'

[ 조선족의 사기피해 급증 ] 지난 2월 설연휴기간동안 경기도 평택시의 한 상수도 공사장에서 붕괴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박학선(47)씨와 이명헌(40)씨 등 3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이들은 설 연휴에도 갈 곳이 없어 작업장을 지키던 중국교포들이었다. 한국에 가서 몇 년만 고생하면 평생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에 8백만원의 밑천을 들고 김포공항에 내린 이들의 소박한 꿈은 차가운 콘크리트와 함께 묻히고 말았다. 박씨의 지갑에서 발견된 것은 1만원권 공중전화카드 10여장. 밤마다 고단한 몸으로 중국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이들 중국교포에게는 한국은 "꿈의 땅"이었다. 어떻게든 한국에 들어가면 팔자를 고칠 수 있다는 꿈에 사로잡혔다. 한 밑천 건져보겠다는 생각에 고리대금을 끌어다 쓰고 위험천만한 밀입국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적어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들어가기 전까지만해도 그랬다. 그러나 가족의 품을 버리고 이역만리 떨어진 고국을 찾아온 이들 대부분은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하면서도 불법체류자라는 신분때문에 제대로 월급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박씨처럼 사고로 숨지거나 산업재해를 당하더라도 하소연할 곳조차 없었다. 항상 불법체류자라는 딱지가 이들을 따라 다녔으며 동남아 위장취업자들과 저임금 경쟁을 벌여야 했다. 한국초청을 미끼로 한 사기행각에 속아 이 땅을 밟지도 못하고 전 재산을 날린 조선족들도 허다했다.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본부 등 시민단체가 지난해 중국 지린성과 랴오닝성 등에서 접수한 한국취업 관련 사기사건만 모두 1천2백74건. 피해자 수는 1만6천9백9명이었고 피해금액은 5백58억원이었다. 가구당 평균 피해액만 4백만원 꼴. 거의 전재산을 털린 셈이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다 돈과 시간은 물론 조국애까지 잃어버린 이들 대부분은 빚쟁이와 생활고에 쫓겨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다. 헤이룽장성 등 중국 동북3성 사기피해자 연합회의 조사결과 울화병과 빚독촉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이로 인한 병과 생활고 등으로 숨진 조선족만도 1백18명에 이른다. 중국 현지법원에서도 한국취업알선 사기범들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등 강력히 제재할 정도로 사회문제화됐다. 지난해 12월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중급인민법원은 한국에 노무자로 가도록 해 주겠다고 속인 뒤 거액을 가로챈 인력송출 사기범들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일확천금 운운하며 국내 초청이나 취업, 밀입국, 위장결혼 등으로 조선족을 끌어들인 뒤 수속비 등의 명목으로 이들의 전재산을 가로챈 것이다. 중국정부도 조선족 사기피해와 관련, 외교경로를 통해 우리정부에 범인색출과 함께 피해에 대한 정부배상까지 요구해올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이 IMF관리체제에 들어가면서 더 이상 "코리안 드림"은 존재하지 않게 됐다. 말 그대로 "꿈"이 되고 말았다. 밀입국하던 조선족들을 검거해 돌려보냈다는 얘기도 이제 들리지 않는다. 조선족 산업연수생들이나 위장취업자들이 고국에서 입은 상처에 대한 보상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법무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95년부터 97년 8월까지 검찰에 접수된 조선족 사기피해 사건 1천8백30건중 피해보상이 이뤄진 것은 1백56건으로 전체의 8.5%에 불과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