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딜 평가기관 선정] '현대-LG 합의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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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외부평가기관을 선정하기까지 경영권을 확보하기위한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합병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사에게 유리한 기관을 선정해야한다고 보고 상대방이 추천한 평가기관을 계속 거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추천한 아더D리틀(ADL)사가 평가기관으로 선정된 것도양사의 신경전 때문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이야기이다. 양사가 외부평가기관을 선정하기 위해 협상에 들어간 것은 10월초. 10월15일까지 기관을 선정하고 11월말까지 경영주체를 결정한다는 합의에 따라 협상을 벌였으나 진전되지 않았다. 전경련은 이에따라 10월16일 양사에게 서로 상대방이 추천한 5개사중 한개사씩을 선정해 이를 두고 10월 26일까지 협상을 마치도록 중재했다. 양사는 이후 AT커니(LG 추천)와 베인앤드컴퍼니(현대 추천) 등 2개사를 두고 다시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공정성이 문제가 돼 협상시한인 26일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AT커니는 LG의 합작파터너인 미국 EDS사의 자회사라는 점이, 베인앤드컴퍼니는 현대가 미리 방문하여 평가기관 선정관련 준비를 하도록 했다는 사실이 시비거리로 등장했다. 전경련은 다시 중재안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양사가 두개사씩을 더 추천한후 협상해 보고 안되면 아더D리틀사를 검토하라는 안을 내놓았다. 이즈음 업계에서는 반도체합병무용론이 제기됐다. 합병의 시너지효과와 반도체산업의 비중 등을 근거로 한 합병무용론은 반도체 가격의 오름세까지 겹쳐 설득력도 얻었다. 이를두고 양사가 합병의지가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반도체부문을 합병하기로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정부와 전경련의주장에 밀려 양사는 결국 아더D리틀을 선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LG는 막판에 회사기밀누출 등을 들어 국내회계법인을 평가기관으로 선정하자는 새로운 안을 내놓았다가 철회했다. LG측은 "대승적 차원에서 전경련의 안을 수용하기로했다"고 밝혔다. 막판 극적 타결에는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의 적극적인 중재노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제3기관 추천이후에도 협상이 계속되자 손 부회장은 지난 10일 LG의 이문호,현대의 박세용 구조조정본부장과 3자회동을 갖고 11일 오전 11시까지가 최종시한이라고 "최후통첩"했다는 것. 그러면서 이번에도 시한을 넘기면 모든 협상경과를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당초 약속했던 시한(10월 26일)을 16일나 넘겨 합의안을 마련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