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한 '세계의 CEO'] (20) '제4의 유통업' 전략

시어즈가 90년대 초반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하게 된 것은 소위 유통업체의 양극화 현상에 따른 것이다. 당시 미국 유통업체들은 크게 고가품을 취급하는 전문점과 대형 할인점 등 두가지 형태로 재편됐다. K-마트와 최근 한국에 진출한 월 마트와 같은 대형 할인점들은 박리다매 전략을 추구했다. 이들 대형 할인점들은 대규모 창고와 다름없는 넓은 매장에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전시하고 낮은 값으로 제품을 판다. 이들은 낮은 수익을 보전하려고 끊임없는 원가절감노력을 기울였다. 반면 고객에 대한 서비스 질은 낮아질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주로 저소득층이나 외곽 지역 점포를 가진 상인들을 목표 고객으로 삼았다. 이와는 반대로 "삭스피프스애브뉴"와 같은 유통업체들은 고가품 중심의 전문점으로 이미지를 굳혔다. 대부분의 다른 백화점들도 비슷한 전략으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게 된다. 제한된 종류의 고가 제품을 팔아 수익을 높이는 쪽으로 영업전략을 세웠다. 이런 양극화와 별도로 새로운 유형의 "카테고리 킬러"라는 집단도 출현했다. 한 두가지의 제한된 품목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새로운 판매형태였다. 전자제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서키트 시티" 등이 여기에 속한다. 92년 적자를 기록한 시어즈는 어느 쪽으로 변신할 것인지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을 내줘야했다. 시어즈가 선택한 전략은 대형 할인점이나 고가품 중심의 전문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카테고리 킬러의 전략을 채택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기존의 백화점 형태를 유지하되 주 고객군을 다시 설정해 재도약을 모색하게 된다. 목표 고객군을 분명히 하고 여기에 맞는 머천다이징(판매촉진)을 실시했다. 유통업체의 성패는 여러 요소중 머천다이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시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이를 위해선 목표 고객군의 생활방식(라이프 스타일)을 철저히 이해해야 한다. 트랙터 타이어와 자동차 배터리를 사기 위해 월마트를 찾는 고객과 뉴욕 번화가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매장을 찾는 고객의 생활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마찬가지로 시어즈를 찾는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 또한 다른 곳의 고객과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마르티네즈는 시어즈의 주 고객군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주 고객층이 25~54세의 중산층 가정주부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이들의 취향에 맞는 광고캠페인은 물론 이들의 생활방식에 맞는 머천다이징을 실시했다. 시어즈가 최고 유통업체라는 광고 캠페인을 중단하고 "더 부드러운 시어즈"를 강조했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시어즈를 찾은 고객이 멋진 아이들 옷을 보고 계획하지 않았던 소비를 하도록 매장을 꾸몄다. 이것이 시어즈가 자신의 영업형태를 바꾸지 않고 유통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