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품질경영대회] (특별좌담회) '21세기 품질경영 전망'

"제2의 건국, 품질로" 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 QM(품질경영)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표준협회는 11월 "품질의 달"을 맞아 이같은 인식을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산업계와 관.학계 전문가를 초청, ''21세기 산업계품질경영의 과제와 전망''이란 주제로 특별좌담회를 마련했다. [ 참석자 : 안광구 오강현 이재관 박재흥 ]----------------------------------------------------------------------- 사회(박재흥 교수) =한국 경제가 경쟁력을 잃고 IMF(국제통화기금)지원체제에 들어선 것은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습니다만, 우리 산업의 품질경쟁력 약화가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먼저 안광구 회장께서 이번에 개최된 전국 품질경영대회의 의의를 이 문제와 연관시켜 말씀해 주시죠. 안 회장 =그렇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 올라가면서 임금 물류비 등 요소비용은 급등한반면 기술 수준 내지는 품질경쟁력이 뒤따르지 못한 것이 총체적인 "경쟁력약화"를 초래했다고 봅니다. 따라서 현재의 IMF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 과제는 우리의 품질경쟁력을 강화해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는 동시에 성장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절박한 상황을 맞아 품질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제고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금년도 전국 품질경영대회가 갖는 특별한 의의와 중요성이 바로 이 점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오 차관보 =우리 기업의 품질경쟁력을 높이고 품질 경영을 확산 보급하기 위해 지난 75년부터 전국품질경영대회를 범국가적 행사로 개최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품질경영의식이 모든 경영자, 근로자, 나아가서는 국민 개개인에게까지는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무한경쟁시대에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세계 일류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철저히 변해야 됩니다. 그러자면 품질제일주의에 의한 품질경영을 도입 실천해야 합니다. 품질의 질,사람의 질, 업무의 질까지도 포함한 것이 총체적 품질경영입니다. 특히 최고 경영자가 직접 책임지고 조직 구성원을 진두 지휘해야만 품질을높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환경문제가 선진국의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므로 환경친화적인 제품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수출증진과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회 =기업경쟁력은 크게 가격경쟁력 기술경쟁력 품질경쟁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80년대까지는 우리 기업이 가격경쟁력으로 세계무대에서 인정을 받았죠. 그러나 지금은 품질경쟁력과 기술경쟁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표준협회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전체적인 품질경쟁력은 1백점 만점에 평균 63.5점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경영인프라 구축 68.0, 기술력 62.6, 품질경영시스템 운영 69.6, 품질경영기법 적용 68.5, 품질경쟁력 성과 54.4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우리 기업의 품질경쟁력 수준이 특히 낮게 나타난 원인은 무엇이라고생각하시는지요. 이 부회장 =제가 보기에는 질과 내용보다는 양과 형식을 중시하는 경영풍토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는 품질경영시스템의 외형적인 제도나 틀을 갖추고 요란하게 품질혁신을 추진하지만 이를 운영하고 적용하는 질적 특성인 리더십, 경영인프라, 품질경영기법은 따라가지 못한데 따른 것이죠. 또 품질경쟁력 확보에 있어서 전략적 일관성이 부족한 것도 그 원인중 하나입니다. 세계시장에서 품질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원가절감이나 불량률을 낮추는 수준에 머무는 것으론 부족합니다. 고객만족을 위한 차별화된 경영전략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업문화가 이를뒷받침해 줘야 합니다. 안 회장 =품질경영의 기법에는 품질관리(QC), 공장혁신(IE), 가치혁신(VE), 설비관리(TPM), 공정관리 및 신뢰성 관리 등 많은 도구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도구들을 유행에 따라 단순히 한두개 사용하는 것으로 품질경영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회사가 드물지 않은게 우리기업 실정입니다. 품질경영을 단순한 경영기법중 하나로 치부해서는 안되며, 품질을 주요 성공요소로 삼아 고객만족과 기업문화를 창조해 가는 기업의 총체적인 경영혁신활동으로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회 =선진국에서도 품질경영에 대한 업계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고 있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지 오 차관보께서 말씀해 주시지요. 오 차관보 =미국의 경우 품질경영 전문기관인 품질관리학회(ASQ)를 중심으로 품질경영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찍이 "Big-Q" 개념을 도입하여 품질의 개념을 생산이나 제품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서비스, 업무 및 사람에게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제조업 및 서비스업은 물론 행정부 대학 병원 등 모든 공공부문에까지 품질경영을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국가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 1987년에 국가 품질상인 맬콤 볼드리지(MB)상을 제정해 대통령이 직접 시상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연방정부에서는 공공행정을 대상으로 연방 품질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유럽의 경우는 지난 88년 유럽품질경영재단(EFQM)을 설립, 유럽 기업들이 품질경영 활동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의 MB상과 유사한 유럽품질상(EQA)을 시상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데밍상 일본경영품질상을 통해 산업계의 품질경영 활동을 크게 장려하여 오늘날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게 된 원동력역할을 했습니다. 사회 =그렇다면 우리 기업의 품질경영활동은 어느 단계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요. 안 회장 =우리나라의 품질경영활동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있어요. 또 품질경영을 구시대의 낡은 경영이론 쯤으로 생각하여 자사의 풍토에 맞지도 않은 새로운 유행기법만을 좇는 경우도 허다해요. 다행스러운 것은 몇 년 전부터 건설업을 비롯한 서비스.유통업 및 공기업으로 QM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일부 병원 대학 및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서비스 부문에도 도입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의 품질경영이 보다 확산 발전되기 위해서는 이처럼 우리 사회 제반 부문에 QM활동이 활성화돼 품질을 중시하는 사람이 우대받는 사회, 즉 "품질문화"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회 =인천의 길병원, 한양대학교 및 성균관대학교, 전라북도, 조달청,해군정비창, 담배인삼공사, 조폐공사, 전력공사 등이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품질경영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에 앞서 국가적 관심 및 지원시책이 선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품질경영 추진 지원시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오 차관보 =기업경영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던 미국 정부에서조차 맬콤 볼드리지상을 제정해 기업체 품질경영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매우시사적입니다. 정부는 현재 품질경영 관련정보의 신속한 제공을 위한 품질경영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품질경영 진단 및 지원 등을 강화, 품질경영시스템 조기정착을 유도하려고 합니다. 이와함께 품질경쟁력 평가지표를 통한 효율적인 포상제도의 개선 등 각종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 =기업 입장에서 품질경영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경영자의 리더십을 가장 강조하고 싶군요. 경쟁에서 품질에 대한 개념이 중요해지면서 경영자의 품질에 대한 철학이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어요. 예를 들면 IBM의 대표적 리더인 거스너는 "품질에 대한 책임은 생산단계의것은 아니다. 품질이 일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것은 기업시스템이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생기며 결국 기업 전체가 부담하는 비용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GE(제너럴일렉트릭)의 잭 웰치 회장은 "품질향상을 위해서는 품질을 동전 세듯이 계량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품질경영을 활성화하려면 최고경영자의 지도력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고객주도형의 품질,지속적인 개선, 종업원의 참여와 개발, 신속한 대응,불량예방, 장기적 관점 중시, 사실에 입각한 경영, 기업의 책임과 시민정신등 고객만족을 목표로 하는 품질경영의 기본 과제들은 경영자의 리더십 정도에 따라 구체적인 달성여부가 결정된다고 봅니다. 사회 =품질전문가들은 "21세기는 품질의 시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21세기를 맞는 우리 한국의 품질비전은 무엇입니까. 안 회장 =20세기를 "생산성의 시대"라고 한다면 다가오는 21세기는 그야말로 "품질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과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습니다. 우리가 가격의 중국,기술의 일본과 경쟁해서 이기기 위해서는 "품질의 한국"을 건설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의 주체인 기업과 정부는 물론이고 소비의 주체인 온 국민이 참여하는 범국민적인 생활속의 품질운동이 전개되어야 할 것입니다. 과거 우리가 새마을운동을 통해 절대빈곤을 탈피, 조국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했듯이 IMF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21세기 선진문화국가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범국민적 품질개혁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한 때임을 거듭 주장하고 싶습니다. 사회 =품질경영이 우리 사회 전 부문에 보다 빨리 확산 보급되어 "품질한국" 건설을 앞당길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오랜시간 좌담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3일자 ).